오늘은 꼭 좋은 시 볼 수 있다면
세월 / 바이런 세월이 나의 정열을 억눌러서 얼마쯤 조용해진 것 같으나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닙니다 그대를 향한 강물 범람하지만 영원히 넘칠 수만은 없습니다 거칠게 뛰는 가슴을 지닌 그대 어찌 그리 나와 똑같이 닮았습니까 그대 가슴의 홍수가 가라앉듯 내 정열도 잠잠해졌습니다 홍수의 숱한 자국을 남기고는 지금 다시 옛날처럼 되돌아와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대
시는, 말을 더하는 게 아니라 말이 없어도 남는 걸 믿는 거라고. ♡♡ 시라는 건 말을 더하는 기술이 아니라 말이 사라져도 버티는 감정을 믿는 것.
답답한 갈증의 눈물이 흐른다 누구도 알아보지 않는다 나혼자 흐느낀다 누군가 나의 샘을 찾는다 그라도 목을 축이고 갈증을 벗어난다면 그걸로 만족하리라
무정한 사랑이여 / 호라티우스 ( 고대 로마 시인이다) 무정한 사랑이여! 내 사랑의 불길을 제어할 수 있음에도 세월이 지나 오만한 그대의 마음에 뜻하지 않은 백발이 돋아나 눈썹 가까이 휘날리고 있는 머리 카락을 짧게 잘라 없어질 때, 장미꽃보다도 더 붉고 어여뿐 불그레한 볼이 갑자기 변한 리그리누스여! 핏기 없는 창백하고 시든 얼굴이 되어 거울을 마주할 때
아무도 모르게 마음 속 동굴 동굴 안의 나에게 노크한다 노크한 사람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 재희 님의 글을 대할 때마다 첫사랑의 설렘보다 더 깊이 가슴을 뛰게 하는 당신 굽이진 계절의 고비마다 비틀대는 나그네를 일으켜 세운 당신은 누구십니까 가슴속 오랜 고뇌를 옥빛으로 빚어 귓가에 낮게,또박또박 심언(心言)을 건네 주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황야처럼 메마른 가슴에 단비 같은 시어(詩語
괴로움에 나는 죽어가고/ 푸시킨 그대를 향한 사랑에 나는 시달립니다 괴로움에 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영혼은 타오르고 나는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내 사랑은 부질없는 사랑 그대는 나를 비웃기만 합니다 그대여, 비웃어도 좋습니다 그대는 사랑 없이도 너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겨울나무(冬木)의 꿈 / 재희 마음을 비우듯 잎을 모두 내려놓은 뒤에야 겨울나무는 하늘을 온전히 얻는다 차가운 바람이 빈 가슴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더 깊이 뿌리를 묻을 뿐, 눈이 내려와 상처 깊은 가지 위에 하얀 침묵을 얹으면 비로소 아픔도 쉼이 된다. 다 비워 낸 텅 빈 가슴으로 가장 많은 것을 준비하는 묵독의
그리움 1 / 재희 한 계절을 건너오시는 길 참으로 더디게 오십니다 계절의 한 모퉁이에서 발길을 붙잡는 상념(想念), 하지만, 아직은 사랑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제처럼 홀로 걷습니다. ........................^^* 그리움 2 / 재희 가을비 개인 맑은 날 오후, 마음은 여전히 젖어 있습니다 쓰다만 어젯밤 일기
그 이름, 장미 / 재희 햇살이 창가에 살며시 어깨를 기대면 바람도 가만히 잠이든 오후, 지나간 자리마다 붉은 숨결로 피어오르던 그 따뜻한 순간들, 조용히 이름을 부르면 세상은 잠시 향기가 된다. 가시에 베인 마음마저 향기로 물들이던 너는 아픔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한 송이 노래가 되어 흔들렸지. 머물지 않아 더 그리운 영원의 이름
다향 茶香 1 / 재희 차 화로 작은 불씨 살려 사랑을 담고 있다 살아가는 이유를 살아가는 그 맛을 알려 주던 사람 오감의 끝에 남는 그 달콤함 숱한 고뇌 후에 느낄 수 있다는 다향茶香 지워낼 수 없는 그리움의 향 오늘도 그날처럼 감미로운 향기가 조금씩 조금씩 내 입술을 덮쳐온다. * 더보기 : 글벗과 詩人의 마당 | - Daum 카페
이별 여행 / 재희 빛나던 푸른 청춘 있었지 주머니 속 동전 서 푼에도 행복했던, 풋풋한 봄을 사랑했었지 한여름 폭풍우도 두렵지 않아 가을이 오기까지는 아직 먼 줄 알았지, 아ㅡ, 새벽 창가에 만월滿月 피고 지고 옷깃을 여미는 밤, 별들의 속삭임, 가을이 여행을 간다. 만산홍엽 滿山紅葉 훌훌 벗어 놓고 소백小白의 등에 올라 운해
빈들에 바람이 불면 / 재희 참새들의 파티가 끝나고 텅 빈 늦가을 들판에 바람이 불면 고개 숙인 허수아비 유일한 벗 짝 잃은 외기러기 한 마리, 나는 갈바람 산산히 부는 빈 들판을 가로질러 걷기를 좋아합니다. 사연 많은 허수아비 푸념도 실연당한 외기러기 슬픔도, 들녘의 바람은 다 안고 품어 세월을 재촉하고 흰 구름 바람결에 흘러간
11월의 연서 / 재희 소리 없이 다가와 방 문고리에 달그림자만 걸쳐도 가슴이 두근거린 가을밤, 떨리는 가지 끝을 붙잡고 아스라이 또 하루를 살아가는 마지막 남은 잎새 하나, 차마 안쓰러워 안부를 묻기도 미안한 계절. 11월의 연서에 가슴은 내내 두방망이질을 해댄다 밤은 비에 젖고 나는 그리움에 젖어. * 더보기 : 글벗과 詩人의 마당
찬바람이 그대에게 불어온다면 / 로버트 번스 저 너머 초원에서, 찬바람 그대에게 불어온다면 나 그대 감싸드리렵니다 바람 부는 쪽에다 내 외투를 막아 놓으렵니다 혹시 잔인한 불한당 같은 풍파가 그대에게 몰아쳐도, 내 가슴 그대의 안식처가 되어 모든 괴로움을 함께하렵니다 어둡고 황량한, 거친 황야에 있다 해도 그대와 함께라면 사막도 나에게는 낙원입니다 혹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에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반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11월의 시(詩) / 재희 11월의 아침은 단풍잎 사이로 편지를 쓰듯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풀잎 끝에 맺힌 이슬처럼 어제의 번잡함은 한 줌 햇살에 고요히 사라지고, 가을 향 담은 따뜻한 찻잔을 들면 기척도 없이 그리운 이름 하나 살며시 가슴에 스며든다. 11월의 아침은, 기억도 바람도 쉬어가는 시간. 붉게 물든 시작 앞에서
https://suno.com/s/In33DqiP7sMERPqx 긴 그림자 들판 끝에~ 하오의 역이 서 있네~ 하늬바람 불어오면~ 그리움이 밀려온다~ 가슴 속에 감춰왔던~ 따스한 추억의 노래~ 가을 햇살 번져오면~ 눈시울이 젖어든다~ 은빛잎이 흩날리며~ 그대 모습 스쳐간다~ 산들바람 속삭이며~ 추억 따라 흘러간다~ 코스모스 손 흔들던~ 그 간이역 언덕 위
책갈피 속의 바람 / 재희 책장을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낙엽의 숨결, 그 속에 묻어온 지난 계절의 향기. 문장과 문장 사이에 조용한 나의 가을을 담아본다. 책갈피 속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오늘 가을은 묵독의 시간, 침묵으로 더 깊은 대화를 하는 계절, 잘 익은 하루를 책갈피에 끼워 넣고 또 한 페이지를
어머니의 가을 / 재희 분주하던 손길을 멈추고 감나무 가지 끝에서 잠시 쉬던 눈길, 그마저도 금세 바람 속에 흩어진다. 그저 익어가는 것들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손을 내밀 뿐이었다. 당신의 가을은 멈춤이 아니라 끝까지 다 쓰고 가는 계절이었다는 것을. 말 한마디에도 온기를 담던 사람, 문풍지를 대신한 간살문에 곱게 물든 단풍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