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버스 창가에 앉아 흐르는 불빛들을 바라본다. 네온사인이 이어지며 도시가 거대한 강물처럼 흘러간다
지하철 안, 서로 다른 표정을 가진 사람들이 한 칸에 모였다. 피곤한 눈빛, 무심한 시선, 혹은 웃음기가 스친 얼굴이 섞여 있다. 모두 다른 길을 걷지만 지금은 같은 공간에 있다. 그 사실이 묘하게 특별하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른다.
책장 사이를 걸으면 종이 냄새가 은은하게 감돈다. 가끔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펜 긋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운다. 모두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풍경이 묘하게 평온하다. 그 안에서 나도 집중이 잘 되는 건, 아마 이 공기의 힘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