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
감자꽃793809
댓글 0비는 이상하게 시간을 눌러 앉힌다.
창문은 젖은 채로 밝아지고,
사람들은 우선 우산을 챙겨 놓는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하루를 시작하게 하기보다,
이미 오래 지나온 하루처럼 만든다.
젖은 도로 위를 지나가는 차 소리는
멀리서 종이를 천천히 구기는 소리처럼 들리고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습기는
누군가의 망설임처럼 집안에 머문다.
비 오는 날엔 다들 조금씩 과거형이 되지.
연락하지 않는 사람을 문득 떠올리고,
이미 끝난 계절의 냄새를 기억해 내고,
괜찮다고 넘긴 마음들을 다시 들춰본다.
햇빛 아래서는 설명되던 것들이
비 앞에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가라앉는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처럼 음악처럼
감상에 젖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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