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갤러리아 백화점(웨스트) 건너편에 있는 작은 골목에 들어서면 ‘만두집’이라고 쓴 간판이 보인다. 이렇게 무심하면서도 자부심 철철 넘치는 식당이 있을까. 별다른 장식도 없이 흰 바탕에 또박또박 쓴 간판 글자가 마치 “만두를 빚는 집이니 만두집이라 할밖에 뭐가 이상한가” 묻는 듯하다.
1981년부터 4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이니 사실 그 세월만으로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압구정동 ‘오렌지족’의 아지트였던 ‘맥도날드 1호점’이 바로 앞에 들어선 게 ‘만두집’보다 7년 뒤인 1988년. 하지만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맥도날드뿐만이 아니다. ‘만두집’ 주변으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연이어 들어섰지만 줄줄이 간판을 바꿨다.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전히 갤러리아 백화점을 마주하고 서 있는 건 작은 ‘만두집’ 뿐이다.
처음 식당 문을 연 사람은 평양 출신의 고 한동숙씨다. 북한에서 유명 축구선수였던 남편 고 옥정빈씨와 함께 5남매를 데리고 51년 남한으로 내려온 한씨가 고향에서 즐겨 먹던 만둣국을 대표 메뉴로 팔기 시작했고, 지금은 막내딸 옥혜경(73)씨가 대를 잇고 있다. 남한에서도 선수·감독으로 활약했던 남편 때문에 한씨는 수시로 집을 드나드는 축구선수들과 관계자들을 대접해야 했다. 그때마다 한씨가 차려낸 음식이 바로 직접 빚은 평양식 만두와 맷돌로 갈아 만든 녹두전이었다고 한다. 맑은 쇠고기 양지육수에 끓여낸 담백한 만둣국에 반한 지인들의 권유로 조그맣게 시작한 게 지금의 ‘만두집’이다.
현재 ‘만두집’은 두 개의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서 처음 보이는 집이 한씨가 처음 식당을 시작한 곳이다. 지금은 직원들이 만두 빚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손님을 받는 공간은 바로 그 옆에 있는 조금 큰 집이다.
이곳의 만둣국은 한씨가 처음 시작했던 그대로 정통 평양식을 고수하고 있다. 밀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떠낸 만두피는 너무 두껍지도 너무 얇지도 않다. 부연 설명하면 씹을 때 쫀득한 식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적당한 두께라는 표현이 맞겠다. 여기에 다진 쇠고기, 돼지고기, 숙주, 두부, 파 등을 섞은 소를 넣고 큼직하게 만두를 빚는다. 육수는 쇠고기 양지와 대파를 삶아 끓이는데 기름을 말끔히 걷어내서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만둣국을 주문하면 1인분에 만두 6개가 담겨 나온다. 육수가 찰랑이는 그릇 바닥에는 고춧가루와 삶아서 다진 쇠고기를 섞은 다대기 양념이 깔려 있다. 먼저 맑은 육수를 맛본 다음, 숟가락으로 다대기를 풀면 깔끔하면서도 칼칼한 만둣국을 먹을 수 있다. 이때 심심한 맛의 만두소를 위해 곁들여 나오는 반찬은 두 가지다. 고춧가루로만 살짝 버무린 무채 절임과 김치. 특히 이 김치는 계절별로 그때그때 다른 종류가 나온다.
처음 온 사람이라면 “인심 야박하게 만두를 6개만 주냐”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 번 먹어보시라. 속이 꽉 찬 만두 알들은 성인 여성의 주먹크기만 해서 남자라면 두 입, 여자라면 세 입에 나눠 먹을 만큼 양이 넉넉하다. 2~3인이 함께 와서 각자 만둣국 하나씩 껴안고 빈대떡 또는 고추전을 시켜 나눠먹으면 따뜻하고 배부른 한 끼를 만끽할 수 있다.
단골들 사이에선 ‘만두집’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지만, 이 집의 공식 상호는 ‘뉴만두집’이다. 일을 봐주던 세무사가 ‘만두’라는 대명사를 사용할 수 없어 앞에 ‘뉴’자를 붙여 상호를 등록했기 때문이다. 만둣국 1만2000원, 빈대떡 2만원, 고추전 2만원, 콩비지 1만원. 집에서 끓여 먹을 수 있는 냉동만두는 20개 2만2000원.
출처 : 중소기업신문(http://www.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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