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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괴담회
내가 엄마를 생매장했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아는게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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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보는 무뢰한들이 난데없이 들이닥쳐서 나더러 살인자라고 소리소리를 질러댔을 때, 나는 핑크색 잠옷바람이었다.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들이닥친 무뢰한들이 경찰복을 빼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두 명 정도.

 

우리 마을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근무하는 인원을 죄다 끌고온 성 싶었다.

 

보송보송한 잠옷을 입은 선량한 시민에게 "살인자"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한 마을의 경찰이 죄다 납신 것이다. 

 

심지어 그때는 새벽 다섯 시였다.

 

 

 

 

"어머니를 생매장하다니 제정신입니까?"

 

 

 

경찰들은 이렇게 말했다. 뻔뻔스럽게도 아무런 사과나 미사여구, 하다못해 안녕히 주무셨냐는 인사조차 없이. 내가 뼈빠지게 모은 돈으로 고작 일 주일 전 새롭게 맞춘 최신식 전자 도어락을 그야말로 완전히 박살내놓고서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침실까지 쳐들어와서는 저따위 헛소리를 내뱉었다.

 

듣자 하니, 내가 빌라 뒤뜰에다가 어머니를 산 채로 파묻는 장면을 똑똑히 본 목격자가 있다는 것이다. 어젯밤인지 오늘 밤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일 밤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얼빠진 목격자는 내가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그런 적 없다. 결단코 그런 적 없다. 헛소리도 그런 헛소리가 있을 수 없다.

 

어머니를 생매장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긴가? 

 

말도 안 되지. 말도 안 된다! 윤리나 인간의 도리 같은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딴 걸 중요시하는 멍청이들이 세상에는 정말 많긴 하지만, 내 말은, 경찰이 제시한 생매장 혐의가 나에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왜냐고? 우리 어머니는 십 년 전에 일찍이 돌아가셨다. 그거면 설명이 되겠지.

 

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생매장한단 말인가? 시체를 생매장하려면 먼저 부활부터 시켜야 할 터였다.

 

별 사연은 없다. 흔해빠진 교통사고. 벌써 그게 십 년 전이다. 웃기지 말라 이거다. 장례를 해도 십 년 전에 했고, 관료적이며 지루하기 그지없는 사망신고도 애저녁에 해치운 일이다.

 

그러니까, 그나마 말이 되는 설명을 찾자면, 경찰들은 아무래도 집 주소를 착각하고 잘못 찾아왔을 것이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쪽이 마음이 편했다. 

 

이건 내 지론인데, 모든 사람에게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의무가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나라 경찰들이 '생'매장의 뜻도 모르는 머저리 동호회라고 가정하는 것보다는 그냥 사람을 착각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훨씬 긍정적인 사고방식이잖나.

 

그리고 난 언제나 긍정적인 쪽이다.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한다.

 

박살난 도어락과 엉망이 된 마룻바닥을 최대한 무시하려고 애쓰면서, 나는 아직까지도 엄한 사람 앞에 두고 씩씩대고 있는 경찰들에게 내 비극적인 가정사와 어릴적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슴아픈 교통사고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영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약간의 과장이나 서사적 테크닉을 가미해서 말이다. 

 

여기서 눈물겨운 이야기를 구구절절 나열하진 않겠다. 어차피 반은 거짓말이고, 생각해보면 굳이 내가 말해줄 이유도 없다. 형사도 뭣도 아닌 당신네들이 들어 봐야 내게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심금을 울리는 내 이야기는, 웬 시체 한 구를 들쳐메고 달려들어온 순경 탓에 끊겨버리고 말았다.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어 어머니를 관에 담아 매장하는 부분에 이르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나는 흐름을 끊어버린 그 순경에게 약간 화가 났다. 스토리텔링은 연출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 거고, 따라서 내 분노의 정당성 역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하, 근데 그 순경 자식도 한 연출 하더라는 말이다. 

 

 

 

"찾았습니다!"

 

 

 

소리치는 타이밍이 예술이었고, 그가 들고 온 소품은 더더욱 기절초풍하게 예술이었다.

 

순경은 우리 엄마를 바닥에 쿵 소리나게 떨어뜨렸다.

 

그 자식이 들쳐메고 온 건 내 엄마였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였던 것, 엄마의 시체. 

 

오래 해 전에 썩은 살점이 물러터져서 체액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이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쨌든 그건 엄마가 맞았다. 

 

대체 그걸 어디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다. 무덤이라도 파헤쳤다는 말인가? 

 

뭐, 경찰들이 그러지 못 할 이유도 없긴 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집도 폭력적으로 문을 박살내고 쳐들어오는 판에, 그치들이 죽은 사람의 안식 따위를 신경쓴다면 그거야말로 의아해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은 때때로 소름끼칠 때가 있다.

 

엄마의 시체는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군데군데는 곰팡이나 그 비슷한 걸로 추정되는 주황색 균사체가 자라났다. 흙에서 갓 뽑아낸 당근 같은 모양새였다. 오래된 시체는 다 그렇게 생겼을지도 모른다. 

 

경찰들이 그 주위를 빙 둘러섰다. 열두 명.

 

이제 와서 부검을 하려는 걸까? 하지만 당연히도 시체의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았고, 이제 와서 부패한 시체의 배를 갈라 봤자 알 수 있는 거라고는 없을 게 뻔했다. 

 

난 경찰들이 그렇게 멈춰서 있는 이유를 어떠한 종류의 망설임, 자신들의 추측이 틀렸다는 수치심, 당혹감, 그것도 아니면 생리적인 역겨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 그 모든 가설이 기각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가져온 그 순경이 시체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굴 때가 있다.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번듯한 경찰관이 다 썩어빠진 시체에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꼴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까? 세상에는 가치가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부러 정신이 나간 것처럼 구는 사람이 있고 그냥 쌩 미치광이가 있다. 그 순간 내 눈에 순경은 후자로 보였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열광적인 키스가 이어졌다. 나는 곧, 그것이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경은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있었다. 곰팡이 범벅인 시체에다가.

 

더 놀라운 것은, 주변을 둘러싼 나머지 열한 명의 경찰들이 웅성거리더니 마치 시체를 돌보려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들 중 일부는 막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에게나 도움이 될 법한 물건을 하나씩 손에 쥐고서는 시체에게 들이밀었다. 

 

물, 소금, 설탕, 각종 옷가지나 얇은 담요. 난 그것들을 알아보았다. 내 옷장과 냉장고를 뒤져서 나온 물건들이 틀림없었다. 특히 꽃무늬가 그려진 그 담요는 모를 수가 없었다. 엄마가 남긴 몇 안 되는 유품이다. 담요는 이제 시체의 어깨에 둘러졌고, 부패한 체액으로 젖어갔다. 허.

 

 

 

 

머리가 아팠다.

 

시체 냄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산소 부족일까? 그럴 수도 있었다. 좁아터진 내 방에 열두 명이나 되는 사람이 쳐들어와 복닥거리기 시작한 것이 벌써 세 시간이 넘어갔다.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밖은 아직 어두웠다. 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썩어가는 엄마의 시체 같은 것은 자연광 아래서 명확하게 보고 싶지 않은 물건이다.

 

시체가 방바닥에 놓여진 이후로, 나라는 존재는 마치 오래전에 잊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경찰들의 모든 관심은 시체에만 쏠린 지 오래였다. 경찰들은 그들끼리 쑥덕거리고, 시체의 텅 빈 눈구멍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 공허한 눈구멍 안에서 나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보았던 모양이고, 입술 없는 입에서 나는 들을 수 없는 무언가를 들었던 모양이다. 

 

제복을 입은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시체는 말이 없다. 경찰은 들은 것 같았다.

 

 

 

"원망하진 않으십니까?"

 

 

 

무엇을? 그들이 말하는 방식은, 꼭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큰 소리로 전화통화하는 것을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꼭 경찰들이 끔찍한 존속살해 미수 피해자와 차원을 넘어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시체와 한참을 대화하던 경찰은 얼마 후 내게 말했다.

 

 

 

"다행인 줄 아십시오."

 

 

 

한쪽만 얘기하고 한쪽은 침묵하는 대화를 너무 오래 들은 탓에, 나는 그 말이 나를 향한 것임을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그 경찰의 잡스러운 훈계 따위는 집어치우고 요지만 말하자면 이랬다.

 

내 엄마는, 이 모든 불미스러운 일, 즉 자신의 딸이 감히 엄마를 산 채로 매장하려고 시도했고 다행스럽게도 한 사람의 목격자 덕분에 저지되지 않았더라면 심지어는 거의 성공할 수도 있었던, 형언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패륜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나를 영원히 용서할 것이며 그 어떠한 처벌도 원하지 않는데, 그건 엄마가 여전히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이제 나는 축축이 젖은 담요를 두른 엄마의 시체와 함께 내 방에 있다.

 

 

 

 

시체, 그리고 나.

 

 

 

 

나는 이걸 다시 매장하는 것 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방법을 모른다.

 

오전 아홉 시. 아직도 동은 트지 않았다. 어쩌면 시계가 고장났을 수도 있다. 아니, 시계는 고장났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시계가 고장났다고 생각하는 게 옳다. 

 

바깥은 아무도 없다. 출근하는 회사원도, 등교하는 학생도, 장을 보러 가는 주부도 없다. 그렇다면 아홉 시일 리가 없지 않나? 시계를 다시 맞춰야 한다. 오전 세 시, 그쯤일 것이다.

 

삽과 레인코트를 챙겼다.

 

엄마가 나를 두 번이나 용서할지 모르겠다.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apolitan&no=3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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