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만드는 법
1. 태아, 혹은 충분히 어린 아이를 구해.
아마 가장 어려운 과정일 거야. 네가 임산부거나, 낙태 전문 산부인과에서 일한다면 조금 더 쉬울 수도 있겠지만. 운이 좋게도 네가 여성이라면 직접 생산하는 걸 추천해. 가장 안전하고, 뒤탈이 없는 방법이거든. 남성이라면, 리스트에서 적당히 네가 원하는 범죄를 골라.
- 강간
- 살해
- 납치
- 협박
- 근친상간
- 시체 훼손
가장 양심의 가책이 덜한 걸로 골라. 어쨌든 네 복제인간이잖아. 괜히 처음부터 찝찝할 이유가 있나.
어릴수록 좋아. 출생 직전의 태아가 가장 좋고, 이미 태어난 아이라면 9개월 미만이어야 해.
2. 탯줄을 연결해. 인공적인 걸로.
고무호스 하나를 준비해. 직경은 상관없는데, 너무 두꺼우면 아파. 의료용 호스를 구할 수 있다면 그걸 써. 네가 임산부고, 네 뱃속의 아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으며, 복제인간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라면, 딱 그 경우에만 이 단계를 생략해도 돼.
아이의 배꼽을 잘 살펴. 십자 모양의 홈을 따라 절개해. 충분히 어린 아이를 골랐다면 무딘 날로도 할 수 있을 거야. 준비한 고무호스가 들어갈 만큼 찢어야 해. 거의 확실하게 아이가 울어제낄 테니 조용한 곳에서 하는 게 좋아. 다 했으면, 네 배꼽도 똑같이 절개해. 피가 멎기 전에 두 절개부를 고무호스로 연결해. 올바르게 연결했다면 별도의 접착제는 필요없을 거야. 중학교 과학 시간에 베르누이의 원리 배웠지? 혈액 흐름이 압력을 형성해서 관을 딱 붙게 해줘. 만약 혈액이 샌다면, 잘못하고 있는 거야. 빨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넌 괜찮겠지만, 아이는 쇼크로 죽을 수도 있어.
3. 태아 연결 이후 초기 행동요령은 다음과 같아.
아이가 울음을 그친다면 1단계는 넘긴 거야. 울지 않는다는 건 더 이상 폐호흡을 하지 않는다는 거거든. 이제 아이는 네 혈액으로부터 직접 산소를 공급받게 돼. 이 시점부터 너는 임산부와 생물학적으로 거의 동일한 상태니까 몸 관리에 신경쓰는 편이 좋아.
이 다음이 중요해.
잠을 줄여. 가능한 한 렘수면을 피해. 꿈을 꾸면 안 돼. 네 무의식은 일종의 인격 보호장치로 작동하거든. 아이와 너 사이에 장벽을 형성해서 둘 모두를 개별적 존재로 보호하는 안전장치지. 그런데 우리는 지금 비정상적인 경로를 억지로 개척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 깨어 있어야 해. 잠들지 마. 꼭 필요한 경우에만 끊어 자. 매 3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 혹시 졸게 되더라도 렘수면에 빠지기 전에 의식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줄 거야.
수면부족은 아이의 자아를 억누르는 것에도 영향을 끼쳐. 하나의 그릇의 두 개의 자아가 들어앉을 수는 없는 법이야. 그러니까, 아이의 자아를 가능한 미성숙한 상태로 억제하는 게 중요해. 아메바나 박테리아,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깨어 있는 동안 네가 누구인지 반복해서 생각해. 이름, 나이, 성별, 기억, 경험. 종교가 있다면 그것도. 뭐든 괜찮아. 넌 누구지? 뭘 좋아하지? 가족 관계는? 오늘은 뭘 했지? 어제는? 그제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걸 생각해. 반복적으로 되새겨. 넌 누구지? 넌 누구야? 형이상학적 폭력을 퍼부어.
아이의 자아를 파괴시킬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 자극적인 걸 찾아. 포르노? 좋아. 흡연자라면 담배를 가장 독한 걸로 바꿔. 애주가라면 도수 높은 술을 들이부어. 마약도 괜찮아. 카페인은 좀 약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그거라도 해.
아까 몸 관리에 신경쓰라고 하지 않았냐고? 그랬지. 내 말은, 수면부족이나 약물, 그 외 모든 부담에도 불구하고 너 자신에 대해 어떠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도 일으키지 말라는 거야. 감염에 조심해. 정상 체중을 유지해. 제정신을 유지해. 매일같이 술을 퍼부어도 알코올 중독은 안 돼. 정신병도 안 돼. 그리고 무엇보다, 태아와 연결된 상태를 유지해.
네가 자연 임산부라면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좀더 어려울 거야. 인류는 정상적인 자손을 남기기 위해, 즉 이러한 복제 프로토콜을 억제하기 위해 진화해왔으니까. 네가 독립적인 자손이 아니라 네 복제를 남기려고 하는 걸 호르몬이 감지한 순간, 태아는 본능적으로 죽어버릴 확률이 높아. 우리가 유산 혹은 사산이라고 불리는 현상이지.
조금이라도 건강이 악화된다면 고무호스가 떨어지려고 할 게 뻔해. 태아의 본능이 죽음을 택하려고 할 때 나타나는 아팝토시스 모방 현상이야. 어떻게든 막아. 순간접착제를 쓰든, 글루건을 쓰든, 하다못해 살점을 녹여붙여도 상관없어. 호스가 떨어지는 순간 걘 죽은 거고, 넌 실패한 거야.
4. 자아 동기화는 중요해.
두통이 시작되면 잘하고 있다는 증거야. 그건 아이의 신경계가 네 인식 체계를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네 뉴런도 조금 망가지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이제 네 기억을 유출해야 해. 아날로그 방식이야. 종이에 쓰든, 녹음하든, 계속해서 과거를 기록해. 두루뭉술하게 하는 건 의미가 없어. 구체적으로 써야 해. “2013년 6월 17일, 오후 3시, OO사거리 앞에서 넘어졌고, 무릎이 까졌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피가 말라붙었다.” 이런 식으로. 최대한 자세히.
틀려도 돼. 기억이 구체적이지 않다면 세부사항은 전부 지어내. 어차피 중요한 건 동기화거든. 느슨해진 건 아이의 신경뿐만이 아니야. 이 시점에서 흐물거리는 건 네 대뇌도 마찬가지일 테고, 그러니 비록 거짓말로 채워진 세부사항이어도 한 달 내로 그건 진짜 네 기억으로 자리잡을 거야.
기록했어? 그걸 아이의 귀에 속삭여. 계속해서. 반복. 반복. 반복. 지루할 정도로. 다 외울 정도로. 듣는 사람이 외우려면 말하는 사람도 외워야 해. 계속 말해. 멈추지 마. 술에 취해 있든, 약에 절어 있든 입 밖으로 내뱉어. 잠들지 않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야.
녹음된 음성을 틀어놓는 건 의미가 없어. 너도 말해야 해. 너도 들어야 해. 아이를 세뇌하면서 너 자신도 세뇌하는 거야. 너 자신도 너와 동일시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존재를 동기화시킬 수 있겠어? 너와 아이가 완전히 같은 기억을 가지고, 같은 서사를 공유하게 되었을 때 네 복제인간은 비로소 탄생한 거야.
유전적 동일성은 필요 없어. 존재의 궤적이 같아지는 순간, 복제는 완성돼.
여기까지는 보편적으로 열 달에서 열두 달이 걸려. 당연하지만, 아이의 원래 나이가 많을수록 조금 더 오래 걸려. 참고로, 이 단계에서 아이는 자라지 않아. 아이가 점차 작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정상이야. 네가 아이로부터 세포를 빼앗아오고 있다는 증거지.
만일 아이가 점차 커진다면 위험 신호야. 세포를 너무 많이 빼앗기고 있어. 늦기 전에 폐기해. 네가 누군지도 기억 못 하게 되기 전에.
아이의 심박이 네 심박과 동기화되면 막바지에 들어섰다고 봐도 돼.
5. 호스를 분리해.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는 다시 울기 시작할 거야. 하지만 이번엔 다르지. 처음 호스를 꽂을 때의 비명이 고통이었다면, 이번의 울음은? 바로 너. 네 목소리일 거야. 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 네 목소리니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건 단 하나야. 절대로 바로 호스를 떼지 마.
네가 끝났다고 느껴도, 끝난 것처럼 보여도, 절대 성급하게 호스를 떼면 안 돼. 현대 산부인과 의사들은 아이가 울자마자 탯줄을 자르지. 많은 의학적 핑계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그런 산부인과 규정이 많은 사람을 구했지.
그 아이가 네 산소 없이도 울 수 있을 때까지, 더 이상 탯줄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할 때까지 기다려. 적어도 스물네 시간은 기다려야 해. 아이가 미친 듯이 울부짖겠지만, 참아. 귀를 틀어막고 이웃의 민원은 죄다 무시해. 여기까지 왔는데 지난 열 달간의 고생을 다 헛수고로 만들 거야? 인내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 기다리는 게 좋아. 영양 공급이 끊긴 아이가 굶어죽지만 않으면 다 괜찮으니까 애가 운다고 겁먹지 마.
충분한 시간이 흘렀거나 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면 나이프를 꺼내. 호스를 잘라서 떼어내.
중간을 자르지 마. 아이 쪽을 먼저 잘라야 해. 아이가 너한테서 분리되는 거지, 네가 아이한테서 분리되는 게 아냐. 순서를 잘 기억해. 아이 쪽을 자르고, 네 쪽을 잘라. 원본은 너야. 아이가 너한테서 분리되는 거야. 아이 쪽을 자르고, 네 쪽을 잘라. 아이 쪽을 자르고, 네 쪽을 잘라.
6. 관찰해.
바라봐.
그게 너야. 그리고 네 책임이야.
울고 싶으면 울어. 죽고 싶으면 죽어.
기억은 계속 흔들릴 거야. 지금까지의 수면 부족과 약물, 자가 세뇌의 결과로 넌 너를 믿을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꼭 기억해. 아이 쪽을 먼저 잘랐다는 사실을. 너는 원본이라는 걸.
공유되지 않은 건 그것밖에 없거든.
혹시 호스를 자르는 순간의 기억조차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넌 마지막 순간에 충분히 기다리지 않은 거야. 연결이 끝난 상태에서 자른 게 아니라, 아직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잘라버렸던 거야. 그건 돌이킬 수 없어.
그 다음은 어떻게 하냐고?
거기부터는 네 선택이야.
오히려 내가 묻고 싶네. 그딴 걸 왜 만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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