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지지직—)
아,아. 환영합니다! '구인류 특별 전시회'에 방문하신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전시회의 안내를 맡게 된 도슨트,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짝짝짝-)
시작부터 이렇게 환대를 해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오늘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들께 구인류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입장표 가격도 비싼데, 뽕은 뽑아야죠, 안그래요?
(웃음소리)
하하하, 자, 이제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제 소개는 슬슬 마무리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전시회에 대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전시회는 크게 3가지 섹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 시대의 골동품들을 볼 수 있는 유물관, 의식주와 구인류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화관,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들이 구인류를 주제로 전시한 예술품들이 모여있는 예술관으로 나뉘어져 있죠, 저희는 유물관을 시작으로 문화관을 지나 예술관으로 갈 계획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유물관의 입구가 보이네요! 들어오시면 가운데에 전시된 물건이 눈에 띌 텐데요, 그건 나중에 함께 보도록 하고, 우선은 오른편에 있는 것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몇몇 분들에겐 익숙하실 수도 있겠네요. 이건 시계라고 하는 겁니다. 무수히 많은 톱니바퀴가 함께 돌아가면서 시간을 표시해주는 장치죠. 저희는 팔목에 있는 칩으로 시간을 보면 되기 때문에 시계가 필요없습니다. 하지만 구인류는 그러지 못했기에 이렇게 생긴 시계를 팔목에 차고 다녔다고 해요.
시계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렇게 실용성을 중시한 깔끔한 시계도 있고, 여러 다른 기능들도 포함되어 있는 전자시계 또한 있다고 해요. 다음으로 소개할 스마트폰이라는 것과 연결되는 이른바 '스마트 워치'라는 것도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복원하는데 성공한 시계를 기념품으로 드릴게요! 칩보다 훨씬 부정확하지만 그래도 장식용으론 쓸만하실 겁니다.
(환호소리)
하하하, 네!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죠. 이것은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칩이 하는 일을 담당했던 물건이죠. 당시 구인류의 70%나 되는 사람들이 이 직사각형의 기계를 들고 다녔다고 해요, 그래서 전쟁 당시에는 이 스마트폰을 가져오는 것으로 전투에서 몇명을 죽였는지 확인받았다고 합니다.
요즈음 칩의 과다사용으로 문제가 많은데, 잠시 칩을 내려놓고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전시회 내에서 스마트폰을 잠시 대여해드리겠습니다.
어, 거기 남성분, 스마트폰을 너무 능숙하게 쓰시는데 혹시..?
(웃음소리)
하하하, 농담입니다, 네.
이제 마지막으로 가운데에 있는 전시품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쟁 당시부터 지금까지 손에 꼽히는 가장 최악의 무기라고 하죠. 바로 '총'입니다.
총은 전쟁때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무기입니다. 반응하고 배리어를 펼치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총알을 쏴버리죠. 종류 또한 다양해서 작은 크기는 숨기고 기습하기에도 유용했습니다. 그렇게 이 총이라는 무기가 낸 사상자는 무려 32명이나 됩니다.
32명의 숭고한 희생을 한 병사들에게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는 구인류를 95% 척살하고 세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단 걸 기억해야 합니다.
(묵념)
분위기가 살짝 처졌네요! 다음으론 문화관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문화관은 최근 학계를 뒤엎을 발견을 한 뒤로 한가지 주제로만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요즈음 손님분들 중 절반이 이 문화관을 보려고 오신 걸 겁니다.
이번 문화관의 주제는 바로... '잠'입니다!
오래 전부터 이 '잠'이라는 개념을 탐구했죠. 그러나 저희는 잠을 잘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 기능에 대해서 밝혀내지 못하던 중, 드디어 그 정체를 밝혀내게 됩니다.
우리 모두 '잠'이라는 행위에 활용되던 물품들을 보며 낱낱이 파헤쳐보도록 하죠. 아,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쓰셨던 거기 남성분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요, 하하하!
(웃음소리)
너무 찔려하는 표정 지으시면 곤란합니다~ 농담인거 아시죠? 설마 진짜일리가 없잖아요, 그죠?
네, 처음은 간단하게 이 '수면안대' 라는 걸 살펴보도록 합시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주변이 어두워야 제대로 잘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런 안대라는 걸 쓰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이것또한 기념품으로 드리겠습니다! 저희 전시회가 인기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죠, 어디가서 자랑하기 좋은 기념품들이 한가득!
그 다음으로는 '무드등'입니다. 수면안대와는 반대로 주변에 은은한 조명을 깔아주는데요, 또 이게 잠 자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 모양입니다.
방금 빛이 없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냐고요? 그러게요, 저도 잘 이해가 안되네요. 구인류 자체가 비합리적이니까, 이런건 깊게 생각하지 않는게 좋을 듯 해요.
두말하면 입아프죠, 무드등도 기념품으로 드리겠습니다. 나름 빛이 은은하니 쓸만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침대'라는 걸 보도록 합시다. 직사각형의 프레임 위에 매트리스라는 이름의, 스프링이 들어간 푹신한 패드가 올려져 있는 모양으로, 이 위에 누워서 잠을 잤다고 합니다.
이거는 나름 이해할 수 있겠네요. 잠이란건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잠을 잔다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이런 푹신한 데에서 자는게 더 편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거는 기념품으로 주기엔 좀 그렇고요, 한번 다같이 누워봅시다. 한명씩 천천히, 네. 그렇게 눕는 거에요.
쓰읍... 거기 남성분은 이번에도 알려주지 않아도 정말 능숙하군요, 진짜진짜 설마... 아니죠?
(웃음소리)
하하하, 네, 눕는다는 행위 자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너무 몰아가는 것 같네요. 근데 너무 반응을 재밌게 하시니까 더 놀리고 싶은데요.
아쉽지만 여기서 멈추도록 하죠. 이번에는 예술관으로 떠날 차례입니다! 여기부터 조금 거리가 되니까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할 겁니다.
처음 볼 작품은 '잠'이란 작품입니다. 구인류가 썼었던 책을 보면 잠은 죽음의 예행연습이라는 말이 있죠. 그렇다면 죽음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잠이 아닐까요?
모두가 알다시피 이 작품을 만든 거장 '일리아드 뉴 제너레이션'은 전쟁에 직접 참가한 군인으로, 아마도 구인류의 죽음, 아니 '잠'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봤던 인물일 거에요. 그 경험을 되살려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문화관에서 봤던 침대 위에 팔 다리가 각각 6개씩 달려있는 몸통에, 머리쪽은 피범벅으로 물들어져 있죠. 자세히 보면 관자놀이에 구멍을 볼 수 있습니다. 총에 맞을 때 생기는 상처인데, 왜 스스로에게 사용했을까요? 이 점이 아마 생각할 점입니다.
재료는 실제 구인류의 유기물을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해요, 그 점이 상당히 특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거기 남성분, 아까부터 숨소리가 거치신데 괜찮으신가요? 물좀 마시고, 천천히 가라앉히다 오세요. 곧 끝이 다가오니까요.
다음으로 볼 작품은 '공포'라는 작품입니다. AK-47이라는 제품명이 붙어있는 총이 전시실 한곳에 걸려져 있고, 총구가 겨누는 곳에는 미간에 총알을 맞은 구인류 시체가 있죠. 시체 뒤에 있는 흰 벽에 총을 맞으면서 흩뿌려진 피는 참으로 기하학적이면서도 아름답습니다. 핏자국 가운데에는 황금색의 총알이 하나 박혀 있네요.
저희 모두 죽음을 초월한 존재들이죠. 딱 한명 빼고요. 아무튼, 그렇기에 모든것이 끝난다는 '죽음'이라는 개념은, 저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개념입니다. 한명을 제외하고는요.
이 작품을 만든 '제이미 뉴 에라'는 총에 실제로 맞아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별다른 생명의 지장 없이 살아났지만, 모든것이 한순간에, 아무것도 없이 끝날 것이라는 '공포'를 느꼈다고 해요. 그 공포를 자신을 죽이려 했던 구인류를 잡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합니다.
죽음의 공포와, 저 구인류의 눈에 비쳐지는 두려움이 느껴지시나요? 조금이나마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마지막 작품은 바로 이 작품입니다! 네,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죠. 사실 이 작품은 미완성입니다. 아직 가장 중요한 재료가 구해지지 못했거든요. 근데 오늘 드디어 도착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재료가요. 여러분은 오늘 이 작품의 완성품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지시게 될 겁니다.
아,
한명은 제외하고요.
그렇게 생각하시죠, 거기 남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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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볼 작품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제목은, 음. '물리학적 죽음의 불가능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로 세로 2m, 높이 3m 되는 큰 직육면체의 통에 가운데 구인류를 넣어두고, 특수한 약품으로 고정시켰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약품을 섞어둔 액체로 고정되어, 통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른 작품들이 죽음에 관해서만 다뤘다면, 이 작품은 삶과 죽음 그 경계에 대해 다루려고 노력한 점에서 의의가 있어요. 통 속에있는 구인류를 보세요. 통 속에서 고정되어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지만, 벌려져 있는 입, 절박한 눈, 발악하다 못해 뒤틀려진 손과 발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상태라면, 이런 감정이 느껴질 것만 같네요. 추가로 통 속에 저 구인류는 삶과 죽음 그 가운데에 있는 상태인데, 그렇다면 살아있는 상태일까요? 혹은 죽어있을까요? 아니면, 그 가운데에 있을까요?
그 의문은 '물리학적 죽음의 불가능성'이라는 제목을 통해 자유롭게 답을 내시길 바랍니다.
이것으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추가로 더 관람하실 분들은 자유롭게 관람하시고, 저는 이만 여기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슨트 김지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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