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에서 오래된 손글씨 메모가 나왔다. 서툴지만 정성스러운 글씨였다. 그 시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몇 마디뿐인 문장이었지만 묘하게
길모퉁이를 돌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머리칼이 흩날리고 마음속 답답함도 함께 흘러가는 듯하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가볍다. 단순한 바람 한 줄기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조금 더 가볍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