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좀 받기 싫은 전화가 계속 오면 폰을 꺼버리는 버릇이 있음. 신혼때부터 몇년을 싸워도 안고쳐짐.
받기 싫다는게 뭐 특별히 싫은소리를 해서가 아니고, 그냥 자기 친구들이랑 노는데 집에서 전화오는거 하나하나 받으면 분위기 깨지고 친구들이 놀리니까 싫다고 함. 나도 용건없으면 전화 안함. 시가에서 뭐 물어보거나 일정 조율해야 할때만 전화함. 맹세코 전화해서 잔소리하거나 일찍 들어오라고 뭐라한 적 없음. 맞벌이 입장에서 집에 와서 밥달라는 것보다 밖에서 먹을거 다 먹고 놀거 다 놀고 오면 오히려 땡큐임.
상사랑 싸워서 상사가 계속 전화와도 폰 꺼버리고, 애가 뭐 물어본다고 전화해도 술자리에 있으면 폰 꺼버림. 자기 누나 엄마 친구 아무튼 용건 상관없이 그냥 전화오는 사실이 거슬리면 폰 끔. 몇년동안 이 문제로 싸우고는 나도 지쳐서 이제 그냥 지독한 회피ㅊ이구나 하고 살고 있었음.
지난달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심. 시누랑 같이 애들 학원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못넘기실 거라고, 임종실로 옮긴다고 시누쪽으로 연락옴. 시누는 바로 시아버님 모시고 가기로 했고, 나도 애들데리고 가면서 친구들 보러 간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폰 꺼버림. 가족들 돌아가면서 면회하는 내내 남편 친구들에게 전화 돌려가며 혹시 같이있냐, 누가 같이있는지 아냐 번호좀 알려달라 애썼음.
임종실에서 바로 돌아가신것도 아님. 병자성사도 보시고 남편 뺀 가족들 다 임종전에 얼굴뵙고 손잡고 인사 나눴을 정도로 시간이 넉넉했음. 임종 직전까지 어떻게든 연락 닿아보려고 남편이 자주가는 식당, 노래방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남편 친구들, 진짜 나는 결혼식 이후로 본적도 없는 사람들까지 인스타로 찾아서 메시지 보내면서 혹시 같이있는 사람 연락되냐고 물어봄. 끝내 연락 안됨.
임종직후에 인스타 디엠으로 번호 남겨둔 걸 본 남편 지인이 전화와서 자기가 전화 돌려봤더니 지금 남편이랑 같이 있는 친구가 연락이 된다고 하길래, 어머님 돌아가셨다고 좀 전해달라고 울면서 사정함. 조금지나니 그 지인분이 다시 문자로 남편 택시타고 출발했다 한다고 알려줌... 이사람한텐 지금도 미안하고 고마움 시누랑 남편 대학 동문이라던데 나중에 시누가 따로 깊티보내고 인사도 한걸로 알고있음
위령기도 끝날때쯤 남편 도착해서 아주버님께 줘터짐. 평소에 좋은게 좋은거지 하는 순한분이셔서 사람을 때리신단 상상조차 안해봤는데 보자마자 귀싸대기 날리고 발로 까심. 병원 직원들이 경찰안부른게 다행. 앞으로 형이라 부르지도 말고 상도 치르지 마라 다시 술ㅊ먹으러 ㄲㅈ라고 쌍욕하시는데 남편도 가만히 울면서 맞고있길래 반성한다고 생각했는데 내 오산이었음.
정확히 납골당 연도 끝나자마자 나한테 "니가 평소에 전화해서 자꾸 귀찮게 하니까 내가 전화를 끄는거 아니냐" "너때문에 내가 우리 어머니 임종을 못지켰다" 시전함. 그날부터 한달넘도록 지금까지 나만 보면 너때문에 임종도 못지키고, 너때문에, 너때문에... 노이로제 걸릴거같아서 그럼 이혼하자고, 임종도 못지키게한 여자한테 애 맡길 수 없을테니 니가 애도 데려가라 함. 그건 싫다함. 그럼 애 내가 데려갈테니 양육비나 내놓고 니가 좋아하는 술 맘껏 ㅊ먹으러 다니라 함. 그것도 싫다함.
이것까지는 참아보려해도 친구들한테 들어보니 남편이 자기 지인들에게 '와이프가 시어머니 위독하다는 소식을 안알려줘서 임종을 못지켰다'고 말하고 다닌다함. 남편친구들이야 그날 나한테 연락안받은 사람이 없을정도니 거짓말인거 안다쳐도 아파트 모임도 많고 지역이 좁아 학교랑 학원 학부모들끼리도 거의다 아는사이인데...이거 하나는 바로잡고 싶어서 내 인스스에 그날 전화 50번도 더걸고 주변에 연락 돌렸던 캡쳐+술마시느라 임종 못지켰다는 얘기 올리고 싶은데 애얼굴 내얼굴에 침뱉는 짓일까?
그날 전화 계속 걸었던 발신기록, 연락 이어준 지인이랑 나눴던 문자, 인스타로 같이있으면 연락좀 해달라고 여기저기 디엠한거 다 캡쳐도 있고 남아있어서 증거는 확실함. 어차피 보는사람들은 부부가 끼리끼리다 생각하겠지만 알면서도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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