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엘클라시코 본 사람들은 다들 역시 레반도프스키, 역시 야말, 역시 하피냐를 외칠 테지만, 정작 내 눈에 들어온 건 바르사 우측 센터백 파우 쿠바르시였음. 고작 2007년 생, 라민 야말과 같은 17세 이면서도 그런 훌륭한 라인 컨트롤이라니.
직전의 챔스 뮌헨전도 마찬가지 였지만, 올시즌 바르사 전술의 특징은 엄청나게 라인을 올려서 압박하는 축구, 볼 뺏기면 바로 압박해 소유권 되찾는 게겐프레싱 그 자체인데, 이를 위해서는 공격, 미들, 수비의 세로 간격이 최대한 좁아야 함. 그래야 상대 선수들이 사용할 공간이 좁아져서 맘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 때문에, 수비진 입장에서는 게겐 프레싱 전술에선 위험을 감수하고 '엄청나게' 앞으로 전진해야 함. 심지어 센터서클 가운데 하프라인 근처까지 바르사 수비라인이 올라올 정도.
즉, 그만큼 바르사는 뒷공간이 훤히 열리게 되고, 상대는 이걸 노리고 공격수들은 침투, 미들과 후방에서는 계속 침투패스를 넣게 됨. 뮌헨은 물론 어제 레알도 당연히 그렇게 했고, 그 공격 전부를 수비라인 컨트롤, 이른바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작살낸 게 바로 백넘버 2번의 파우 쿠바르시, 17살의 센터백 이었음.
그나브리와 올리세를 상대한 직전 뮌헨 전도 그랬지만, 쿠바르시는 자신이 마크할 마크맨 견제와 동시에, 온더볼 상황인 상대팀 선수 역시 주시하다가 패스가 나오는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앞으로 나감. 그리고 그 순간, 양 측면 쿤데와 발데의 DF진과 부상인 아라우호 대신 출전한 마르티네스까지, 진짜 '예술적으로' 연동해서 함께 올라가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발동시킴. 그리고 완벽하게 눌러버림. 누구를? 이번 발롱도르 수상 유력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그리고 음바페, 이 두 명의 '라인 브레이킹의 달인들'을.
다시 말하지만, 쿠바르시는 올해 17살임.
게다가 원래 주전 센터백 아라우호는 부상으로 빠져서, 좌측 센터백 파트너는 백업인 마르티네스인 상황. 거기다 키퍼 역시 주장이자 주전인 테어 슈테겐이 아닌, 활동범위는 넓지만 선방률 떨어져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냐키 페냐였음. 그렇게 옆과 뒤가 다 불안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쿠바르시는 시합 내내 비니시우스와 음바페라는 월클 윙어들의 침투를, '용감한' 수비라인 컨트롤로 완벽하게 잡아냈음. 왜 용감한 거냐, 만에 하나 뚫렸을 경우, 그 둘의 움직임을 쿠바르시는 파울이나 태클로 저지해야 하거든. 실제로도 그렇게 했고.
물론 부임 이후 고작 몇개월로 이렇게 완벽한 수비 조직력을 훈련으로 만든 한지 플릭이 먼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감독의 머릿속 전술을 실제 시합에서, 고작 17살의 나이에 완벽하게 구현하는 쿠바르시는 더더욱 칭찬받아 마땅함. 김민재, 뤼디거, 밀리탕도 못한 걸 해낸 거니까.
대단하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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