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포스테코글루가 바보가 아닌 이상, 손흥민을 저 위치에 '박아놓진' 않을 듯.
누구나 다 아는 거지만, 손흥민은 박스 바깥에서 접고 들어오면서 박스 모서리 바로 밖의 하프 스페이스,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날리는 감차가 가장 위력적인 선수임. EPL 내의 그 어떤 선수도, 적어도 그 위치에서의 감차만큼은 손흥민보다 확실하게 더 뛰어나다고 할 선수가 없을 정도. 그렇다면 당연히, 일반적인 감독과 팀이라면 이런 '피니셔'에게 최대한 많은 슈팅찬스를 줄 수 있도록, 다른 선수들을 미끼로 활용하는 공격전술을 짜는 게 일반적임. 당연히 슈팅 대비 골 전환률도 손흥민이 토트넘 내에서 압도적인 1위기도 하니까, 손흥민이 대부분의 슈팅을 가져가는 게 그만큼 득점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임.
하지만 포스테코글루의 토트넘은, 정반대의 짓거릴 하고 있음. 가장 확률 높은 피니셔인 손흥민을 미끼도 아니고 그냥 터치라인 밟고 서서 수비라인 좌우간격 벌리는 역할로 고정해놓고, 우도지와 포로, 매디슨에게 피니시를 맡김. 역할이 서로 바뀐 거임. 그 친구들은 어디까지나 풀백과 미드필더일 뿐, 공격수가 아님. 중거리 슈팅이 좋다? 어디까지나 '풀백과 미드필더 치고는' 슈팅이 괜찮다는 거지, 제대로 된 공격수인 손흥민과는 비교 불가임.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난 지금 토트넘의 손흥민 사용법은 감독이 아니라 레비가 개입한 거라고 봄.
어차피 손흥민은 충성심 때문에 토트넘을 안 떠날 확률이 높음. 특히나 케인을 잃은 상황에 손흥민까지 내보낸다면, 토트넘 현지 팬들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게 됨. 단순히 욕만 먹는 게 아니라 팀의 매출이 떨어짐. 그러니 레비는, 손흥민을 지금 놔 줄 생각은 없음. 하지만, 손흥민의 기량이나 이런 걸 떠나, '기존 주급체계 및 계약체계 유지'라는 입장에서 보면 손흥민의 연봉을 대폭 올린 장기 재계약을 해서는 안됨. 즉, 기존 주급을 유지한 채 계약 기간만 1년 정도로 단기로 늘리는 형식의 단기계약이 레비에겐 필요함.
그렇다면, 손흥민에게 그런 '엿같은 조건'의 계약서를 레비가 들이밀기 위한 제일 좋은 상황은? 손흥민의 개인 성적이 하락하는 것. 따라서 레비는, 사실상 고분고분한 꼬붕인 포스텍 시켜서 손흥민을 제 기량을 낼 수 없는 위치, 즉 개인성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미끼 역할로만 쓰도록 한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음.
예전, 콘테 2년차 시즌에도 토트넘은 손흥민이랑 플레이 스타일이나 좋아하는 포지셔닝이 겹치는 페리시치 데려와서, 손흥민이 사용할 공간 다 잡아먹으면서 손흥민 억제기 노릇 시켰던 거 기억날 거임. 물론 그 시즌에도 기어이 리그 10골은 때려박은 손흥민 이지만, 만약 이번에 계속 손흥민 이렇게 엿같이 쓰면서 시즌 끝날 때까지 두자릿수 득점 못했다고 단기 재계약, 그것도 주급 동결이나 삭감 어쩌고 헛소리 한다면 손흥민은 당장 토트넘 손털고 나와야 함. 자기가 만약 그렇게 얕보이고 굽신거리면, 나중에 우리나라 후배들도 또 똑같이 당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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