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삼성과 SK하이닉스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다른 나라들의 회사들에 비해서는 분량이 너무 적다. 반도체라고 하면 삼성의 입지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고만 살았었는데, 전체 반도체 시장과 역사에서 보면 비중이 그리 크진 않아보인다.
처음에는 설계를 하는 업체가 칩의 생산까지 가져가는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런 흐름을 혁신적으로 바꾼게 바로 설계와 생산의 분리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없는 업체를 팹리스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칩의 설계만 만들고 실제 생산은 대만의 TSMC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외주를 맡기게 된다.
그동안 언론에서 파운드리 업체라는 말을 자주 들었었는데 이게 의미하는 바를 이제 정확히 알게 되었다. 파운드리 업체는 여러 팹리스 반도체 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대량의 생산만을 전담한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세계는 반도체라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여러 지역의 회사들의 분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공정을 담당하는 회사가 보통은 복수개인데,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공급하는 업체는 딱 하나 그게 바로 네덜란드의 ASML이었다.
얼마전에 삼성의 이재용 회장하고 대통령이 네덜란드의 ASML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접했었는데, 그게 그럴만 한거였다. 그 회사가 만들어내는 리소그래피 시스템이 없으면 생산을 못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들으면서 반도체 업계의 구조가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디테일은 훨씬 더 복잡하겠지만, 역학관계만큼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너무 재밌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전세계가 달려들어 경쟁을 하는 모습이 마치 전쟁같다.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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