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스탯 어마어마 했습니다. (팀 타율이 3할 이상이었으니까요.)
그 중 5할 이상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김도영 효과겠죠.
30점을 먹는 얼토당토 않는 경기력도 있었고 롯데만 만나면 빌빌 거리던 모습도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 준 제임스 네일(2선발)이 1선발 역할을 했지만, 1선발로 데려온 윌 크로우는 부상으로 세이굿바이 했고 이후 합류한 외인 투수 중에 제 몫을 했던 선수들은 별로 없었던 듯 합니다. 그럼에도 타자들의 스탯이 거의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타선의 힘이 몇 년 간 시즌 중 최상단을 찍은겁니다.
올 시즌 개막 전에 여기저기서 기아가 압도적 1위를 할 거라는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 1선발급 외인 투수들의 스탯이 네일 이상 (폰세, 와이스, 레일리, 앤더슨 등)
2.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스킬업 (KT 안현민, 한화 문현빈 등)
3. KBO에도 부는 구속 혁명 (150km 던지는 거 껌이죠.)
KBO 리그가 작년과는 사뭇 달라진 면면입니다.
우리팀은 어땠을까?
일단, 팀 커리어 하이를 찍었으니 이젠 유지하거나 내려오는 것 밖엔 없죠. 더 올리려면 선수 보강을 했어야 하는데 한다고 한 게 조상우 정도입니다. 그것도 살짝 맛이간...
2선발 아담 올러는 준수한 실력을 보여주곤 있는데 후반기 제임스 네일의 투구를 보면, 보다 압도적인 1선발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너무 큰 욕심이긴 합니다만, 1,2 선발을 뒷받침할 3선발 양현종의 퍼포먼스는 이제 나이를 고려해야 할 때니까요.)
개즈덤은 30개 홈런을 때려냈지만, 그는 홈런 개수 문제가 아니라 미친 퍼포먼스를 보여준 최형우의 대역이었어야 합니다. 허구헛날 삼진에 영양가 없는 혼자 뛰는 홈런 쳐봐야 팀 전력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쩌면, 김도영이 건강하게 작년 비슷한 활약을 했다면 개즈덤은 정말 지혜의 타자로 남아 내년에도 우리와 함께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김도영과의 시너지 문제지 개즈덤 자체의 실력은 아니죠.
비시즌 동안 타이거즈 광팬인 아이와 함께 타이거즈 선수들이 나오는 거의 모든 방송과 유튜브 채널을 정규 방송 시청하듯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 얘들 운동 안하는구나...', '젊은 애들 연예인들 컨택 오면 정신 못 차리고 헐랭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양현종은 종종 방송에서 우리 팀의 전력이 너무 좋아서 감독이 필요 없다라고 하더군요. 김선빈은 원래 천재여서 훈련하면 오히려 못한다.. 그래서 훈련하지 않는다. 훈련장 나와서 낮잠 잔다..라고 합니다. 박찬호는 늘 깝쭉거리고, 선수단은 훈련을 하는건지 예능을 하는건지 구분이 안됐습니다. 타이거즈 원년 팬으로서 80년대, 90년대 왕조를 이끌었던 압도적인 타이거즈를 기대했건만 한 번 우승으로 배를 불린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감독은 자율야구를 주창했죠. 사실 이 부분은 이해도 됐어요. 양현종 등 고참급들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말마라... 했을지 모르고, 감독도 그려려니 했을수도... 그래도 그러면 안됐죠. 명색에 감독인데 선수단에 휘둘리는 꼬락서니라니...
이범호의 과분한 감독 자리도 문제지만, 이범호에게 감독 자리가 과분한 만큼 이외 코칭스태프도 다 한, 두단계 씩 과분한 보직을 맡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타팀에 비해 코칭 능력이 한, 두 수 무를 수 밖에. 게다가. 저는 기아 프런트도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상대팀 전력 분석이 너무 안됩니다. 선수 선발도 육성도 타팀에 비해 너무 부족해요. 덜 떨어진 것들...
작년 한 시즌의 50% 이상의 역할을 했던 김도영 선수. 가끔 그는 25년 스토브 시즌을 어떻게 보냈을지 궁금합니다. 엄청난 신체적 능력의 소유자가 왜 몇 개월만에 유리몸이 됐을까요? 그의 허벅지나 다리 근육을 보면 훈련을 아니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에이전트와 계약하여 일찍이 팀 뿐만 아니라 에이전트로부터도 관리를 받았을 건데요.
축구 선수 중 호나우두를 아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의 고질병은 무릎이었어요. 이유는 그의 신체적 능력을 무릎이 감당하지 못해서였죠. 스프린트 방향을 갑자기 전환할 때 무릎에 부하가 많이갔다고 합니다. 혹시, 김도영에게도 그런 게 아닐까 좋은 마음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마음이라고 애둘러 표현한 건 혹시 겉멋만 부리느라 달리기, 스프린트 등 기초 체력 훈련은 안하고 웨이트 중심의 스퀏에 의존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달리기로 만드는 근육과 웨이트로 만드는 근육은 내구성에서 큰 차이가 나니까요.
시즌은 막바지인데, 팬으로서 기아 타이거즈만 생각하면 고구마 100개를 먹은 느낌입니다. 이럼에도 퇴근하면 또 타이거즈를 응원하고, 또 욕하고 있겠죠.
어차피 이범호, 심재학의 미래는 정해졌고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은 노쇠했습니다. 잠시 반짝 거렸던 오선우는 충분한 활약을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고, 김호령 선수는 너무 대견합니다.
기아 타이거즈 이제 리빌딩의 시간이 온 거 같습니다. 리빌딩은 프런트, 코칭스태프가 먼저여야 합니다. 150km 이상 씽씽 던지는 투수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빠른 공 컨택 못하는 나성범은 고이접어 버립시다. 내년에 또 FA로이드 한답시고 반짝일 수 있는데 그는 이제 버려야 하는 선수입니다. 선수단 주장은 김태군 시킵시다. 성격은 뭣 같아 보이는데 그래도 올 시즌 제 정신 갖고 경기하는 선수는 최형우 외에 김태군 밖에 타자 라인에서는 안보입디다.
몇 년 넉넉하게 기다릴 겁니다.
우승 못해도 괜찮습니다. 1982년부터 타이거즈 팬입니다.
타이거즈 답게 운동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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