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찾아온 ‘감독 대행’이라는 자리.
조성환은 준비되어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조성환이 언젠가 이팀의
감독감이라 생각해왔다.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그가 수비코치로 부임한 이후 베어스의 수비는
눈에 띄게 안정적이고 강해졌다.
물론 그 중심에는 김재호-오재원이라는
키스톤 콤비가 있었고,
3루 허경민과 1루 오재일의 존재도 컸다.
베어스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롯데 시절에는 ‘영원한 캡틴’으로 불리던
조성환이었다.
그래서 그를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
'감독으로서 준비된 인물'이라 여겼다.
실제로 감독 대행 체제 이후 베어스는
겉보기에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기존 1군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던
젊은 선수들이 대거 기용됐고,
이름값만 높고 경기력은 떨어지는
베테랑들을 과감하게 2군으로 내려보내는
결단력 있는 메시지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2연패 후 1승, 다시 3연패 후 1승.
계속 반복되는 패배의 사이클은
감독이 가져야 할 위기관리 능력,
흐름을 끊어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감독대행의 꼬리표를 떼고 싶다면
승률 5할 언저리는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패배가 반복되면
리더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지고,
초기 변화에 환호하던 팬들의 마음은
‘갸우뚱’으로 바뀐다.
문제는 조성환의 ‘야구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독이 되고 싶었다면
코치 시절부터 준비된 색깔이 있어야 했다.
지금의 야구는 단순한 리빌딩과 실험의 반복일 뿐이다.
한템포 늦는 투수 교체,
흐름 못 잡는 전술 변화,
단순히 ‘처음이라서’, ‘경험이 없어서’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여긴 퓨처스가 아닌 1군이다.
게다가 ‘좋은 형 같은 코치’는
감독으로서 실패 확률이 높다.
김인식, 김경문, 김태형.
누구 하나 ‘좋은 형’이 아니었다.
감독은 선수와 거리를 두고,
선 넘지 않게 하면서도 냉철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엔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다
결국 성적 부진으로 강하게 몰아붙이면
“사람이 변했다”는 말이 돌아오는 건
야구계의 오래된 클리셰다.
꼭 실패한 감독들은 1년차에 좋은형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2년차 부턴 강하게 연습을 시키고 못된형으로
돌아선다.
지금 조성환에게 필요한 건
지도자로서의 진짜 얼굴이다.
포커페이스, 냉정한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조성환만의 야구.
지금처럼 리빌딩을 베이스로 실험만 거듭한다면
그것은 결국 감독으로서 준비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베어스는
1군이 아니라 2군 팀처럼 보일 때가 많다.
팬들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설명하지 마라. 해명하지 마라.
언론과도 거리를 둬라.
상대 팀이 껄끄러워하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선수들과의 신뢰를 ‘핑계’ 삼아
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진짜 지도자의 역할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김원형, 강인권 등 유력 차기 감독 후보들은
이미 종종 야구장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전반기까지는 팬들도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후반기엔
조성환의 야구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보여줄 건가.
무너진 베어스를,
추락한 팬들의 자존심을
이젠 누군가 지켜줘야 한다.
그게 조성환이라 믿고 싶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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