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두산의 4번 타자였던 김재환.
팬들은 그의 배번 ‘32’보다 더 뚜렷이 기억하는 숫자 ‘115’를 떠올린다.
4년간 115억 원. 두산 베어스 역사상 가장 굵직한 FA 계약 중 하나였고, 동시에 가장 뼈아픈 선택이었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공백을 메우며 김태형 감독 체제의 핵심 타자로 부상한 김재환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리그를 지배했다. 3년간 폭발적인 장타력을 앞세워 두산의 중심 타선에 서며, '약물 전력'이라는 꼬리표조차 실력으로 지워낼 것 같았다. 당시만 해도 ‘약발’이라는 비아냥은 들리지 않았다. 그는 분명 팀의 주포였고,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문제는 FA 계약 이후였다. 거액의 계약과 함께 돌아온 성적은 실망 그 자체였다. 2022시즌부터 현재까지, 김재환은 팀을 이끄는 4번 타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공격 흐름을 끊고 찬스를 무너뜨리는 존재로 전락했다. 결정적 순간마다 몸쪽 볼에 속수무책으로 삼진을 당하고, 출루조차 버거워하는 그의 모습은 팬들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겼다.
김재환의 부진은 단순한 개인 슬럼프가 아니다. 베어스의 팀 컬러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팀은 그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예우하며 2군 강등도 망설인다. 하지만 지금 같은 타격 내용이라면 양석환이나 강승호가 보여준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친다. 실력으로는 이미 1군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저 ‘이름값’ 하나로 버티는 선수라면, 그것은 본인을 위한 것도, 팀을 위한 것도 아니다.
이승엽 감독 체제에서도, 김태형 전 감독의 시절에도, 김재환은 기대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두 명의 감독이 팀을 떠난 이 시점에서, 선수 본인은 자신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봐야 한다. 베테랑, 맏형이라는 지위는 이름값이 아니라 책임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지금의 김재환은 더 이상 팀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가 타석에 서 있든 말든, 팀은 변화하지 않는다. 이는 냉정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히려 그가 무력하게 삼진을 당할 때마다, 팬들은 또 다른 찬물을 뒤집어쓰는 기분을 견뎌야 한다. 볼도 맞추지 못하는 모습...참담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슬럼프 속에서도 방법을 찾고, 팀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16~18시즌의 포텐이 '약발’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니면, 이제는 팀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재환은 두산의 상징이자, 동시에 현재 위기의 상징이 되었다. 그 무게를 본인이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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