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성적 추락과 팀의 전반적인 혼란을 바라보며 팬들은 묻고 있다. 도대체 이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책임의 핵심은 바로 박정원 구단주에게 있다.
구단주의 사심이 구단 운영에 깊숙이 개입되면서 팀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모든 비판과 질타에서 비껴서 있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이승엽 감독 선임 과정에서 구단주가 직접 관여했다는 점은 더더욱 그렇다. 감독 선임은 형식상 구단 대표와 단장의 몫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단주의 최종 승인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이번 경우처럼 구단주가 직접 나서 감독을 영입한 사안이라면, 결과에 대한 책임도 마땅히 본인이 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시즌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은 감독과 일부 선수단에 떠넘겨지고 있다. 구단주는 뒤로 숨고, 언론 앞에 나서는 일조차 없다. 이쯤 되면 ‘구단주’라는 이름 아래 무책임을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프런트의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한때 ‘미러클 두산’의 신화를 이끌었던 2군 팜 시스템은 이미 붕괴 직전이다. 화수분 야구의 상징이던 이천 베어스파크는 지금은 이름뿐이다. 근성과 허슬로 상징되던 팀 컬러는 FA 시장에서의 실패와 방향 잃은 유망주 육성 방침 속에 사라진 지 오래다. 김민혁은 어느덧 11년 차 선수가 되었지만 아직도 확실한 주전감이 아니고, 기대를 모았던 김대한 역시 헤매는 중이다. 눈에 띄는 유망주는 거의 없다.
외국인 선수 영입과 관리 실패도 문제다. 최근 몇 년간 두산이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고, 그들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대체하는 능력 또한 프런트는 보여주지 못했다. 스카우팅의 기준도, 전력분석의 정교함도 의심받고 있다.
두산과 키움이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최소한 키움은 ‘이유 있는 재건’이라는 서사가 있다. 반면 두산은 그저 추락하고 있을 뿐이다. 스토리도 감동도, 방향성도 없는 팀으로 전락해버렸다. 팬들조차 이 팀에서 더 이상 애정을 느끼기 어려운 지경이다.
지금의 두산을 보고 있노라면, 1994년 항명 파동 이후 2군 선수들로 경기 치르던 참담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때의 데자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진지하게 묻고 싶다. 구단주에게, 프런트에게, 그리고 구단 전체에게. 이 팀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팬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최소한의 책임감과 성찰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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