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것을 느낄 나이에/ 김연식
바보라서 편한 남자
댓글 0혼자라는 것을 느낄 나이에/ 김연식
너무 가까이보다는
한걸음 물러서 바라보니 좋습니다
조그마한 단점은 희미하게 보이고
큰 그릇과 언어에 풍기는 깊은
향기가 나를 취하게 합니다
너무 가까우면 한 곳만 보이고
더 큰 것을 보지 못하니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인지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짜 진실인 것을 말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면
향기를 맡을 수 없고
불어오는 바람에 심취하면 떨어지는 낙엽의 슬픔도 느낄 수 없습니다
어둠에 취하면 반짝이는 별을 볼 수도 없습니다
갈대는 흔들리며 수백 번을
울었을 테고
나뭇잎은 떨어지며 까마득히
전해오는 절망을 맛봤을 테지요
마음에 눈으로 산을 보고
마음에 눈으로 강물을 보며
마음으로 바람을 느끼는
서릿발 내린 노년에 아침은
모든 것이 서러워도, 그래도 세상 만물과
대화하는 눈을 떴으니 외롭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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