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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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