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문체 / 강연호
가을낙엽
댓글 1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던 당신
당신에 대한 기억은 귀로 시작되더군
당신은 서술어를 잠시 머뭇거리는 버릇이 있고
당신은 부정인지 긍정인지 모를 표정을 자주 짓고
그럴 때 세상은 비스듬히 깊어지는 것이어서
나는 내 속내를 털어놓는 줄도 모르고 다 털어놓아야 했지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먼 길을 가기로 작정했다는 것이지요
이쯤 해서는 내 입술이 당신의 귀에 살짝 닿기도 했을라나
인생은 미완성이라고 누가 한 말은 탄식일까요 비명일까요
완성이었다면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도대체 생겼겠어요?
유행가 가사에 인생을 실어 나르기 시작하면서
이윽고 줄줄 나를 흘리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의 부끄러움을
스스로 못 이겨 조금씩 말이 늘어지고 서술어를 잠시
머뭇거린 것인데, 아 이건 당신의 버릇인데
당신의 버릇조차 닮아 가는 나를 들켜 얼굴이 벌게질 때
당신은 부정인지 긍정인지 모를 그 표정은 어딘가 참 익숙하다며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며 쫑긋 귀 기울여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얘기에 더 바싹 다가앉은 것인데
말하자면 내가 기어이 가장 먼 길을 가기로 작정하게 만든 것인데
참 오래고 오래된 얘기인데 당신의 귀는
참 오래고 오래된 얘기인데 당신의 문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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