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찾아/ 조명희
가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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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서풍 끝없이 부는 밤
들새도 보금자리에 꿈꿀 때에
나는 누구를 찾아
어두운 벌판에 터벅거리노.
그 욕되고도 쓰린 사랑의
미광(微光)을 찾으려고
너를 만나려고
그 험하고도 험한 길을
훌훌히 달려 지쳐 왔다.
석양 비탈길 위에
피 뭉친 가슴 안고 쓰러져
인생 고독의 비가(悲歌)를
부르짖었으며
약한 풀대에도 기대려는
피곤한 양의 모양으로
깨어진 빗돌 의지하여
상한 발 만지며 울기도 하였었다
구차히 사랑을 얻으려고 너를 만나려고.
저녁 서풍 끝없이 불어오고
베짱이 우는 밤
나는 누구를 찾아
어두운 벌판에 헤매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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