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개막 준비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선발진의 핵심으로 기대를 모았던 '70억원 FA' 최원태의 부진이 팀 전체에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최근 삼성은 주축 선발 투수들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15승)에 오르며 에이스 역할을 해낸 원태인은 한국시리즈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아직 컨디션을 올리지 못했다. 또 다른 핵심 자원인 레예스는 스프링캠프 중 발등 피로 골절로 이탈하며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두 선수 모두 큰 부상은 아니어서 4월 안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공백은 분명하다.
그나마 팀이 기댈 수 있었던 야심작 후라도도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후라도는 2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9.39를 기록하며 지난 시즌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체력적인 문제와 구위 저하가 눈에 띄었고, 본인의 최고 퍼포먼스를 되찾기 위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선발 자원인 최원태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최원태는 최근 2군 경기에서 충격적인 성적을 남기며 의문부호를 남겼다.
지난 19일 문경에서 열린 상무와의 퓨처스 경기에서 최원태는 2⅔이닝 동안 무려 9안타와 5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9실점이라는 참혹한 기록을 남겼다. 홈런까지 1개 허용하며 난타당한 것이다. 물론 상무 선수들도 프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고, 1군 투수가 등판하면 집중력 있게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당시 날씨는 쌀쌀했고, 몸을 아끼느라 100% 힘을 쏟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이런 성적이 나왔다는 점은 분명 우려할 만하다.
아무리 투구수 채우기 위한 경기라고 해도, 최원태는 자신감 하락과 함께 제구와 구위의 문제를 노출했다. 외부에서는 이를 통해 정규시즌에서도 유사한 부진이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것이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2군 경기였다는 관점에서, 최원태가 단순히 투구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을 가능성을 고려하기도 한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번 경기가 반드시 그의 현재 상태를 전부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박진만 감독은 최근 최원태 영입에 대해 "원태인과 레예스가 동시에 빠진 상황에서 최원태가 없었다면 큰일날 뻔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최원태가 정규시즌에서 자신의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해야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9실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 속에서, 최원태가 정규시즌에서 반전 드라마를 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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