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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친환경 이면!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는 1986년 어느 호화 리조트에서 “환경을 생각한다면 수건은 한 장만 쓰라”라는 문구를 보고, 실제 환경 개선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친환경적인 이미지만 빌리는 기업 이윤 증진 행위를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 부르자 주장했다. 이런 간단한 사례는 판단이 쉽지만, 보다 복잡한 사례에선 이를 판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전기차의 사례를 보자.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이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그 여파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시대다. 전기차의 사용으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이 줄고,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면 전기차를 기후 위기 상황의 매력적 대안으로 여기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건 최종 산물인 전기차를 운용하는 과정의 얘기다. 전기차의 핵심 재료가 되는 리튬 같은 광물의 채굴은 주로 남반구의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는 환경 파괴가 없을까.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리튬의 23.6%는 남아메리카 칠레에서 생산된다. 원천은 칠레 고원지대의 소금호수다. 칠레에는 우유니(Uyuni) 소금사막과 같은, 소금을 비롯한 염류(鹽類)가 매우 높은 농도로 녹은 소금호수들이 있다. 여기서 채취한 염수를 잘 가공하면 리튬이 얻어진다. 그런데 그 가공 방법이 우리에 익숙한 천일염 염전과 같다. 소금호수의 물을 퍼, 증발이 잘 일어나게 만든 특수 증발 시설에 얇게 편 다음 결정화되는 리튬을 건져내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리튬 채굴이 지역에 광범위한 물 부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호수에서는 물의 유입량과 유출량이 거의 일정하게 균형이 맞춰진다. 그런데 소금호수 물을 퍼다, 강제로 증발시키는 과정은 이 균형점을 무너트린다. 칠레 비금속 광업 위원회(CORFO)의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 채굴이 시작된 이후 소금호수의 수분 유출량은 기존보다 34.8% 정도 증가했다. 이렇게 담수량이 줄자 결국 주변의 지하수가 염분 많은 호수로 빨려 들어가며, 주변 다른 지역에 물 부족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지하수에 의존하는 생태계가 붕괴되는 건 물론 땅을 부쳐 먹고 살던 주민들도 피해를 본다. 선진국에만 친환경인 환경파괴의 외주화다.

생산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환경파괴를 애써 눈감는다고 하더라도, 따져볼 건 여전히 남는다. 개인용 자가용이 개인용 전기차로 바뀌는 것도 분명 오염 감소 측면에선 개선이긴 하나, 환경을 고려하면 개인용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강화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정책이라서다. 물론 굴지의 자동차 기업을 보유한 국가에서 그러기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지 않았나. 친환경을 표방하며 경제적 실리를 택하는 개념을 그린워싱이라 부르자고 합의했다고. 이것이 전기차 열풍 뒤의 슬픈 이면이다.

박한슬
중앙일보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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