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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현대 문학 속 한 구절
지젤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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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던 세상이 평생 어두울 것이 아니요, 

무정하던 세상이 평생 무정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밝게 하고 유정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가볍게 하고 굳세게 할 것이로다. 

기쁜 웃음과 만세의 부르짖음으로 지나간 세상을 조상하는 무정을 마치자. 

 

 - 이광수, <무정> 中 -




태양이 그대를 버리지 않는 한 나는 그대를 버리지 않겠노라. 

파도가 그대를 위해서 춤추기를 거절하고 나뭇잎이 그대를 위해서 속살거리기를 거절하지 않는 동안, 내 노래도 그대를 위해서 춤추고 속살거리기를 거절하지 않겠노라. 

 

- 이효석, <풀잎> 中 -

 

 


그는 길은 보지도 않고 달만 쳐다보며, 노래는 이 이상은 외우지도 못하는 듯 첫 줄 한 줄만 되풀이하면서, 전에는 본적이 없었는데 담배를 다 퍽퍽 빨면서 지나갔다.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인 듯 하였다. 

 

 - 이태준 <달밤> 中 -



어둠 속에 자리잡은 초가집 같은 검은 그림자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 그리고 거기서 짖고 있는 개의 모양이 몽롱해진 눈에 어렴풋이 들어왔다고 느낀 순간과 동시에 귀 뒤에 와 밀고있던 권총 끝이 별안간 물러나면서 업힌 주 대위의 몸뚱이가 무겁게 탁 내려앉음을 느꼈다.

 

 - 황순원, <너와 나만의 시간> 中 -



바다를 본다. 

큰 새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이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 친 그는 지금 핑그르르 뒤로 돌아선다. 

제 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 최인훈, <광장> 中 -



그 소리가 귓전을 울려 올 때마다 선학동은 다시 포구가 되었고, 그녀의 소리는 한 마리의 선학과 물 위를 노닐었다. 

아니, 이제는 그 소리가 아니라, 여자 자신이 한 마리 학이 되어 선학동 포구 물 위를 끝없이 노닐었다.
 

 - 이청준, <선학동 나그네> 中 -



나무 옆을 두 여인이, 아기를 업은 한 여인은 서성대고 짐을 인 여인은 총총히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 박완서, <나목> 中 -

 



그 ‘큰 산’은 늘 우리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형태 없는 넉넉함으로 자리해 있었다. 

그 ‘큰 산’이 그곳에 그렇게 그 모습으로 뿌리 깊게 웅거해 있다는 것이, 우리들 존재의 어떤 근원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깊숙하게 늘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 이호철, <큰 산> 中 -



알 수 없는 강렬한 희망이 어디선가 솟아올라 그를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동혁은 상대편 사람들과 동료 인부들 모두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그는 혼자서 다짐했다.

 

 - 황석영, <객지> 中 -



우리를 위협하고 공포로써 속박하는 어떤 대상이든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의 본질을 알아챈 뒤, 훨씬 높은 도전 방법을 취하면 반드시 이긴다.

 -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中 -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中 -


 

종소리가 어둠에 잠긴 세상 속으로 멀리멀리 퍼져 나가고 있었다. 명은이 입에서 별안간 울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때때옷을 입은 어린애를 닮은 듯한 그 울음소리를 무동 태운 채 종소리는 마치 하늘 끝에라도 닿으려는 기세로 독수리처럼 높이높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 윤흥길, <종탑 아래에서> 中 -



체취는 그윽하고 체온은 따뜻하며 체질이 묵중한 사내였다. 

또한 남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임을 깨달아 아픔을 나누고 눈물을 나누되, 자기가 아는 바 사람 사는 도리에 이르기를 진정으로 바라던 위인이었으니,

 - 이문구, <유자소전> 中 -



우리가 임자 없는 닭의 맛에 길들여지듯, 어머니의 지갑을 더듬는 손길이 점차 담대해지고 빼내는 돈의 액수가 많아지듯, 할머니가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도살의 비기를 익혀가듯, ...... 아버지도 역시 달라져 있을 것이다.

 - 오정희, <유년의 뜰> 中 -



할아버지와 갈등이 있었다면, 그건 아버지의 몫이지 저와는 상관 없는 겁니다. 

오히려 전 새대끼리의 갈등이 다음 세대에서 쾌적한 만남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게 또 역사의 의미 아니겠습니까?

 - 최일남, <흐르는 북> 中 -



개도, 닭도, 토끼도, 돼지도 모두들 하나의 별이었다.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은 견딜 수 없는 절대 고독에 시달려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 윤후명, <모든 별들은 음악의 소리를 낸다> 中 -



아빠와 새엄마가 있는 이 집을 벗어나면 새가 울고 꽃이 피는 어떤 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아빠의 결혼식장에서부터 그랬을지 모른다. 

이건 나중에야 생각한 건데 내가 연주한 곡의 제목은 공교롭게도 ‘나의 집’이었다. ‘우리 집’이 아니라.”

 

 -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中 -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이가 뛰어가는 어둠 저편에 이제는 오랜 세월 속의 기다림으로 등이 굽고 작아진, 그러나 그 세월의 무게로 우뚝한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내가 그 길을 가고, 언젠가 아이도 그 길을 갈 것이다. 

 

 - 이순원, <아들과 함께 걷는 길> 中 -



우주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 버렸다는 코끼리가 문득 아버지처럼 여겨졌다. 

구름보다 높은 히말라야에서 태어나 이곳, 후미진 공장 지대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구덩이에 발이 빠진 코끼리는 큰 귀를 펄럭거리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김재영, <코끼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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