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내 프로필 바로가기인기있는 테이블 리스트 바로가기추천 테이블 리스트 바로가기
문학
이근화 - 한밤에 우리가

한밤에 치킨버스*를 타고 우리가 간다면

보이지 않는 산

흐르지 않는 강

다가올 여름을 위해 아껴둔 풍경들



불편한 식사를 거절하고

약속을 만들지 않고

형광등 불빛 아래 빛나는 초콜릿 바를 깨문다

끈적한 입속에 가지런한 이들이

다가올 여름을 위해 제대로 썩어간다



퇴근길에 아이들을 번쩍 들어 올리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우리의 유전자가 냇물같이 흘러서 어디에 이를지 고민하다가

발이 세 개인 수레가 남기는 긴 흔적을 따라가본다



뜨거운 심장을 갖게 해줄 신비의 명약과 어려운 주문이

아이들의 입속에서 예고 없이 흐르겠지

아이들의 턱밑에 조그맣게 집을 짓고 산다면

다가올 여름을 위해 나의 사람과 너의 사람을 준비하고



한밤에 치킨버스를 타고 우리가 간다면

보이지 않는 산

흐르지 않는 강

다가올 여름을 위해 아껴둔 풍경들






*중남미의 장거리 운행 버스

등록된 샷 리스트
댓글 0
댓글 정렬방식 선택
  • 선택됨
      글자 수0/총 글자 갯수600
      비로그인 상태입니다 테이블에 앉아보세요!
      누구나 가입이나 등업없이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오픈형 커뮤니티 테이블테이블 소개 이미지테이블 자세히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