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화 - 한밤에 우리가
차은우
댓글 0한밤에 치킨버스*를 타고 우리가 간다면
보이지 않는 산
흐르지 않는 강
다가올 여름을 위해 아껴둔 풍경들
불편한 식사를 거절하고
약속을 만들지 않고
형광등 불빛 아래 빛나는 초콜릿 바를 깨문다
끈적한 입속에 가지런한 이들이
다가올 여름을 위해 제대로 썩어간다
퇴근길에 아이들을 번쩍 들어 올리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우리의 유전자가 냇물같이 흘러서 어디에 이를지 고민하다가
발이 세 개인 수레가 남기는 긴 흔적을 따라가본다
뜨거운 심장을 갖게 해줄 신비의 명약과 어려운 주문이
아이들의 입속에서 예고 없이 흐르겠지
아이들의 턱밑에 조그맣게 집을 짓고 산다면
다가올 여름을 위해 나의 사람과 너의 사람을 준비하고
한밤에 치킨버스를 타고 우리가 간다면
보이지 않는 산
흐르지 않는 강
다가올 여름을 위해 아껴둔 풍경들
*중남미의 장거리 운행 버스
댓글 0
댓글 정렬방식 선택
- 선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