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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김소연 - 장난감의 세계

전화국을 지나
병원을 지나 삼거리에 밥 먹으러 나갔다
생선 한 마리를 오래 발라 먹었다


제 몸 몇 배쯤의 나방을
머리통만 야무지게 먹고서 나머지를 툭 버려버리는
도마뱀을 지켜보면서


하루의 절반
나머지 절반


어떤 절규가 하늘을 가로질러 와 발밑에 떨어졌다
나는 오후에 걸쳐 있었고 수요일에 놓여 있었다


같은 장소에 다시 찾아왔지만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가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없었던 것들이 자꾸 나타났고
있었던 것들이 자꾸 사라졌다 이를테면
장난감을 선물 받은 가난한 아이처럼
믿어지지 않게 믿을 수 없게


아침에만 잠시 반짝거리는 수만 개의 서리


하루의 절반
나머지 절반


오전엔 건너의 소가 소에게 뿔을 들이받았고
오후엔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물고 다녔다


개구리야, 너는 가난했던 내 어린 시절에 장난감이었단다
그때 나는 장난감의 내부를 꼭 뜯어보고야 말았지


개구리를 따라 강가로 한 걸음씩 걸어갔다
강가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 깊어 빠져 죽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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