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다.
어쩐지 조금 추운 느낌이 든다.
어제 에어컨을 안 끄고 잤나?
아니, 추운 것 뿐만 아니라 몸도 불편하다.
분명 침대에서 잤다고 생각했는데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었나? 딱딱하다.
눈을 떠본다.
캄캄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제서야 잠에 취해 있던 정신이 긴장과 함께 깨어난다.
뭐지? 난 분명히 집에서 자고 있었을 텐데.
손으로 주위를 더듬어본다. 좁다. 딱딱하다. 꼭 어떤 상자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아니다, 상자는 무슨. 이건 무조건 '관'이다. 일반적인 관보다는 조금 더 크기가 있는 것 같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나는 생매장을 당한 게 분명하다.
'어떻게?'라는 의문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둡고 좁은 공간에 갇혔다는 공포가 나의 이성을 집어삼킨다.
어떻게든 관 뚜껑을 열어보려 몸부림 치고, 소리도 질러 본다.
가능할 리가 없다.
그나마 있는 기력도 모두 소모하고 나니 왜 하필 내가 이런 일을 당했을까, 하는 울분 섞인 의문이 든다.
생매장을 당할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기억은 없다.
그저께 커뮤니티에서 키배를 뜨긴 했지만, 나보다 더한 범죄자들도 많잖아.
왜 하필 나냐고.
절망하며 이것이 지독한 악몽이기를 간절히 기도할 그 무렵,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음성이 들린다면 진정하십시오.
아직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우리는 당신이 이 공간으로 전이된 것은 확인했지만, 현재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최대한 큰 소리를 내 주세요.
위치가 확인되는 대로 당신을 구조하겠습니다.
그러나, 탈진할 위험이 있으므로 소리를 지르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소리를 낼 도구가 있다면 사용해 주시고, 아무것도 없다면 벽면을 규칙적으로 두드리거나 긁어 주세요.
소리를 낼 도구가 있으면 사용하라는 말에 잠옷 바지 주머니를 뒤져본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다행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잠들었나 보다.
아까는 왜 몰랐던 거지? 당황해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탈출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휴대폰을 켜 본다.
역시 전파는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배터리는 충분하다. 이거라면 소리 내는 것 쯤 일도 아니다.
볼륨을 최대로 맞춰두고 알람음을 재생한다.
시끄러웠지만 여기서 나갈 수만 있다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
.
.
알람음을 켜둔 지 5분 정도 지났을까. 불현듯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당신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곧 구조해 드리겠습니다.
구조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리니 여러 가지 의문이 동시에 떠오른다.
나는 어쩌다 여기에 갇히게 되었을까.
정말로 괴한이 침입해서 나를 납치해 이곳에 가둔 것일까?
우리 집 근처가 치안이 안 좋진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저 쪽에서 '전이'라는 말을 썼었지. 무슨 뜻일까? '전이'라니?
애초에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스피커 같은 것도 없는데 어떻게 목소리가 들린 거지?
.
.
.
.
.
겨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닿을 무렵, 위화감을 느끼고 주변을 휴대폰의 라이트를 켜서 살펴본다.
그제서야 벽면에 쓰여 있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진정하십시오. 소리를 내지 마십시오. 귀하는 현재 정체불명의 괴집단이 설치해둔 '덫'에 걸렸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그들 역시 귀하께서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큰 소음을 내지 않으신다면 그들도 귀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귀하가 소리를 내도록 유도할 것이나 이에 응해서는 안 됩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의식에 직접 말을 거는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기관 요원들이 주기적으로 이 구역을 순찰하고 있습니다. 최대 12시간 이내에 귀하를 발견 및 구조할 것이므로, 침착하게 기다려 주십시오.
...이 음성이 들린다면 진정하십시오.
아직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세요...
ㅊㅊ ㄷ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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