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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두통
익명
댓글 2

조안나 선생님, 두통이 가시지 않으면 메일을 보내라고 하셨죠. 머릿속이 뜨겁고 지끈대 죽겠습니다. 엄청나게 느린 폭발이 일어나는 느낌이예요. 아,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요!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을 좀 쐬었습니다. 약국에 들렀으면 좋았겠지만, 전혀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예요. 눈도 침침하고 아예 집중할 수가 없어요. 처방해 주신 약들은 처음엔 잘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두통을 악화시키는 것 같네요. 치료하려고 하니까 화가 났다는 듯이요.

확실히 들리기 시작한 환청도 문제예요. 이거 부작용인지, 뭔지 몰라도 엄청 겁나요. 변이라도 일으키는 거 아닌가요? 저한테 무슨 일을 하라고 요구하는데, 무시하면 두통이 심해져요.

확인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전에 첨부해 보냈던 편지랑 너무 똑같아요. 그 남자는 자기 여동생이 미치기 전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했어요. 물론, 전부 다 신뢰할만한 정보는 아니겠죠. 하지만 이 고통을 묘사한 부분… 제가 겪는 것과 완벽하게 일치해요. 그녀는 환청이 전부 시켰다고 말했어요. 마당 곳곳에 그녀 남편의 몸이 널려 있었던 그 사건이요.

떠올려보라고 말하면 경기를 일으킨다더군요. 그녀가 명령을 거부하면, 두통도 심해졌대요. 마치 두통이 그녀를… 벌주는 것 같았다고요. 두통이 운전대를 잡고 그녀 자신은 원하든 원치 않든 달려야 했다고요.

얌전히 집에 있으라고 상사가 전했어요. 일주일 간 자택 근신이래요. 제가 기절하고 나서 있었던 일에 화가 꽤 난 듯 했어요. 동료들을 겁먹게 만들었대요. 아니, 나도 그게 새로 산 프린터인 건 알고 있었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걸요. 손에 깁스도 했어요. 그 놈의 프린터! 그리고 그 망할 문은 또 대체 무슨 일이었는지!

방에서 생각해봤는데, 뭐 원래 고장난 문이긴 했죠. 저 때문에 새 문으로 바뀐 건 다행입니다.

기다려 보세요, 이상해 보이는 건 알지만 정말로 기절하고 나선 기억이 없어요. 그냥 고통이 점점 커지고 커져서, 펑, 이렇게! 그리고 길 한복판에서 경찰한테 붙잡히는 창피를 당했어요. 아이들을 겁줄 생각은 결코 없었는데.

내가 못미덥겠지요. 하지만 저한테 남은 희망은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믿어주세요. 지금 그 녀석이 활동하고 있어요. 내 뇌를 바이스처럼 꽉 쥐어짜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조종하고, 내가 어디로 갈 지 지시해요. 이메일을 치게 놔두는 건 뭐랄까, 날 도발하는 것 같아요.

곧 저는 이 두통에 집어삼켜지겠죠. 그런 기분이 들어요. 나 자신이 아닌 듯한.

찾아갈테니 내일 중 예약을 잡아주세요, 선생님. 그리고 부디 오늘 밤은, 문단속을 철저히 해주세요. 모두한테 말해 두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선생님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빨간 밑줄 어떻게 없애는지 아세요? 문단 처음마다 그어져 있는데 신경쓰여 미치겠네요!)




*힌트 : 문장의 첫 단어

원문출처 : 레딧

(https://redd.it/6g966d)
번역출처 : 나폴리탄블로그

(https://neapolitan.tistory.com/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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