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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괴담회
자정의 만찬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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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작은 역에 멈춰 섰다.

 

해먼드는 낡은 가방을 들고 플랫폼에 내려섰다.

 

몇 년 전 연락이 끊긴 여동생 로라를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

 

손에 쥔 종이 한 장,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 적힌 주소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하지만 기차에서 내린 순간, 해먼드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마을 전체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낮인데도 거리는 한산했고,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더욱 기이한 것은 모든 집 문 앞에

 

십자가와 마늘이 걸려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무언가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해먼드는 몇몇 주민들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들은 낯선 이를 극도로 경계하며 입을 꾹 다물고 외면했다.

 

어떤 이는 그를 보자마자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




한참을 헤매던 끝에, 해먼드는 마을 한편에 자리한

 

작은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고, 나이 지긋한 웨이터가 그를 맞이했다.



"실례합니다. 이 주소를 찾고 있는데, 어디인지 아시나요?"



웨이터는 종이를 받아보더니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이 낯선 이에게 굉장히 차갑네요.

 

그리고 집마다 걸린 십자가와 마늘은 무엇인가요?"



웨이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외지인이라면... 자세한 건 모르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해가 진 후에는 밖을 돌아다니지 마세요."



웨이터가 알려준 주소를 따라가니 작은 2층 집이 나타났다.

 

해먼드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로라야, 나야. 네 오빠 해먼드."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문이 열렸다.

 

몇 년 만에 만난 여동생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창백해 보였다.



"오빠... 정말 오빠구나."



하지만 기쁨도 잠시, 로라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그런데 오빠는 여기 오면 안 됐어. 내일 날이 밝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해."



"무슨 소리야? 몇 년 만에 만났는데..."



"절대로, 절대로 어두워진 후에는 집 밖에 나가지 마. 약속해, 오빠."



로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해먼드를 바라보았다.

 

낮에 웨이터에게도 같은 경고를 들었던 해먼드는

 

이유를 묻고싶었지만, 여동생의 진지한 표정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다 이야기해줄게. 지금은 2층 방에서 쉬어.

 

내일 아침에 얘기하자."



하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해먼드는 극심한 허기를 느꼈다.

 

오랜 기차 여행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로라를 찾아 집 안을 둘러보았지만,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해먼드는 로라의 당부를 잊고 밤거리로 나섰다.

 

모든 집과 상점은 불이 꺼져 있었고, 거리는 죽은 듯 조용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 낮에 갔던 그 레스토랑에서만큼은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야. 여기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겠어.'



해먼드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낮에 보지 못했던 젊은 웨이터가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오늘의 메뉴는 토마토 주스, 토마토 수프, 구운 메인 요리, 튀김과 샐러드, 그리고 셔벗입니다."



메뉴가 마음에 든 해먼드는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하지만 먼저 나온 토마토 주스를 한 모금 마신 순간,

 

해먼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토마토 주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비릿하고 역한 맛이었다.



"저... 이 주스 맛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웨이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그럼 수프를 드릴게요."



토마토 수프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은 해먼드는 즉시 그것을 뱉어냈다.

 

더욱 역하고 비린내가 났으며, 이번에는 금속성 맛까지 느껴졌다.



"이건 정말 이상해요! 도대체 뭘 넣은 거예요?"



해먼드가 크게 항의하자, 웨이터는 직접 수프를 맛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입맛이 까다로우시군요.

 

그럼 메인 요리인 피덩어리는 어떻게 조리해드릴까요?"



해먼드는 귀를 의심했다. 피덩어리라니.



"뭐라고요? 피덩어리라는 게 무슨..."



그 순간 웨이터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당신... 외지인이군요. 여기는 당신 같은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닙니다."



웨이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갑자기 시끄럽던 레스토랑이 조용해졌다.

 

해먼드가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손님들이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기묘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해먼드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문 옆에 걸린 큰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울 속에는 자신의 모습만 비쳐 있었다.



분명히 레스토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거울에는 해먼드 혼자만 보였다.



'이게...어떻게 된거지..?'



해먼드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문으로 달려가려 하자, 손님들이 우르르 일어나 그의 길을 막았다.

 

해먼드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려 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로라가 들어왔다.



"로라! 살려줘! 여기 있는 놈들 모두 미치광이야! 빨리 나가자!"



하지만 로라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왜 내 말을 듣지 않았어, 오빠? 오빠는 나를 찾으러 와서는 안 됐어."



"로라야, 제발... 나는 네 오빠야!"



"이미 모든 걸 알게 된 이상, 오빠를 그냥 보내줄 수는 없어."



로라의 말이 끝나자, 그것들은 해먼드에게 달려들었다.

 

그것들은 해먼드를 밧줄에 묶어 천장에 거꾸로 매달았다.

 

버둥거리는 해먼드의 목에 날카로운 수도꼭지 같은 것이 꽂혔다.



'똑... 똑... 똑...'



해먼드는 자신의 피가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피가 떨어지자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그 피를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 가는 가운데,

 

해먼드는 마지막으로 로라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입가에도 붉은 것이 묻어 있었다.



'아... 로라도...'



흐릿해져 가는 의식속에 해먼드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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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 나온 EC코믹스 <Tales of the crypt> 35편에 소개된

 

"Midnight Mess" 라는 단편 공포소설 내용임.

 

국내에는 정식 번역으로 출간된 내역이 없으나

 

어릴때 헌책방에서 해적판 번역본을 봤던 기억을 되살려

 

짤막하게 복원 해봤음

 

 

ㅊㅊ : ㄷ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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