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로 이사온 지 한 달쯤 됐을 때부터였다.
밤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그 소리.
째깍, 째깍, 째깍...
규칙적이고 끈질긴 초침소리가 내 잠을 빼앗아 갔다.
처음엔 벽시계 소리려니 했다.
이사 오면서 새로 산 거실 시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소리가 나는 방향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때론 침실에서, 때론 거실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들려왔다.
마치 집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일주일, 이주일 계속되자 나는 점점 예민해졌다.
낮에도 그 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째깍, 째깍, 째깍...
마치 내 심장박동과 엇박자를 내듯 나를 괴롭혔다.
참다못해 나는 집 안의 모든 시계를 치웠다.
거실 벽시계, 침실 탁상시계..
심지어 전자레인지와 오디오의 디지털 시계까지
모조리 전원을 뽑거나 배터리를 제거했다.
이제야 조용해지겠지 싶었다.
그런데 그날 밤에도 들려왔다.
째깍, 째깍, 째깍...
나는 미칠 것 같았다.
분명히 시계는 모두 없앴는데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란 말인가?
혹시 위층이나 옆집에서 들려오는 건 아닐까 싶어
귀를 벽에 대고 들어봤지만, 소리는 여전히 우리 집 안에서 나고 있었다.
사흘 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소리가 나는 곳을
정확히 찾아내기로 했다.
자정이 넘어서자 어김없이 시작된 째깍소리를 따라 집 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거실에서 침실로,
침실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다시 거실로...
마치 소리가 나를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소리를 쫓아다니고 있는데 소리는 항상
내가 등진 곳에서 들려왔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소리의 근원지를.
나는 천천히 침실 한쪽 벽을 바라봤다.
거기엔 천장까지 닿아있는 붙박이장이 있었다.
그 가장 윗칸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나는 의자를 가져와 올라서서 붙박이장 가장 윗칸 문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를 돌리자, 문은 스르르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거기 있었다.
한 여자가.
아니, 여자였던 것이.
좁은 선반 공간에 몸이 완전히 찌그러진 채로 웅크리고 있었다.
목과 팔다리가 기괴하게 꺾여있었고, 얼굴은 180도 뒤틀려 있었다.
하지만 그 뒤틀린 얼굴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입술을 움직이며 시곗소리를 흉내내고 있었다.
정확히, 규칙적으로.
"째깍... 째깍... 째깍..."
그리곤 갑자기 그 찌그러진 입이 활짝 벌어지며 웃기 시작했다.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미친 듯이 웃으면서도 여전히 중간중간 시곗소리를 섞어 내고 있었다.
"째깍... 킥킥킥... 째깍... 킥킥킥킥킥킥킥..."
그 순간 그것의 뒤틀린 목이 더욱 기괴하게 돌아가며 나를 바라봤다.
눈동자는 완전히 뒤집혀 있었고,
입에서는 검은 무언가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째깍... 킥킥킥킥킥... 째깍째깍째깍킥킥킥킥킥킥킥킥킥..."
나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ㅊㅊ : ㄷ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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