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내가 살던 마을은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한적한 시골 마을,
그날은 어김없이 동네 어른들의 담배 심부름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난 이런 심부름을 자주 했었다.
어른들은 때때로 잔돈이나 담배 몇개비를 주었다.
심부름을 다녀와 그때마다 받은 담배를 모아 달에 한번
빈 담배곽에 한번에 넣어 팔곤 했다.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는 어르신들에게 새 담배곽을 건네고
한걸음 두걸음 멀어졌을까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빠른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멀었다.
논두렁의 모퉁이를 돌았을까, 어디선가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는 비명 같기도 했고, 날카로운 바람소리 같기도 했으며,
밤중에 고양이가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산짐승 소리인줄 알았다.
하지만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이건 갓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집으로 가는길 마을 한켠 구석에는 한 해 농사가 끝나면
생기는 쓰레기나 못먹는 농작물을 버리는 용도의
커다란 구덩이가 하나 있었다. 그 구덩이는 꽤나 깊어서
가끔 산짐승들이 빠져죽곤 했던 구덩이었다.
아기울음소리의 근원지는 그 구덩이 안쪽이었다.
누군가 그곳에 아기를 버린것이 분명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구덩이에 가까이 다가가 안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검은 무엇인가가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네발로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아기가 아니었다.
성인남성의 체격과 비슷했던 그것은 둥그렇고 깊은 구덩이 안에서
네발로 겅중겅중 뛰며 구덩이를 빠져나오려고 돌고있었다.
난 공포심에 사로잡혀 뒷걸음질 치던 도중 갑자기 멈춘
그것과 눈이 마주쳤고, 난 그것과 눈이 마주친 순간
전력질주로 집을 향해 달렸고 집안에서 몇시간을 벌벌 떨었다.
아직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며칠 뒤 친구들과 함께 간 그 구덩이에는 썩은 농작물과
한쪽이 무너진 흔적만이 있을 뿐이었다.
ㅊㅊ- ㄷㅁㅌ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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