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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괴담회
문만 열지 않는다면 안전할 것이다. 아마도.
익명
댓글 3

 

 

출처 : https://gall.dcinside.com/napolitan/12571

 

즐거운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창문을 들여다 보았을 땐 정말 까무러칠 뻔 했다.

 

"아빠"가 멍청했기에 망정이지, 약간만 더 똑똑했더라면
 

아마 멀찍이 숨어서 내가 창문을 여는 순간을 기다렸겠지.

 

다행히 그것은 그렇게까지 똑똑하지는 않은 듯 했고 개구리처럼 유리판 위에 배가 보이게 들러붙은 채

 

"문 좀 열어주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하며 창문을 두들길 뿐이었다.

 

 

...악몽처럼 기괴한 몰골이었지만. 덕분에 몇 가지 확실해진 게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저건" 분명 아빠가 아니라는 것, 어쩌면 벌써 아빠를 어떻게 한걸지도 몰라.

 

잡아먹었을지도.

 

 

거실 끝에 대자로 선 채 나를 반기던 아빠는 겉모습도 목소리도 평소와 다를게 없었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온 신경을 발작적으로 곤두세우며 당장 도망치라 말하고 있었다.

 

그 때 현관을 열고 돌아섰다면 좋았겠지만,

 

생각해봐. 집에 돌아오더니 별안간 다시 뛰쳐나가는 딸의 모습을.

 

 

결과적으로는 그게 옳은 판단이었겠지만, 당시로서는 나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집을 뛰쳐나간 뒤 다시 돌아와 사태를 해명하기도

 

또 그렇게 뛰쳐나간 집 문을 열 때 마주할 긴장과 공포도 두려웠고

 

무엇보다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나를 반기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칠 근거가.


 

 

그렇지만,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수 많은 의견 교환 속에서

 

인류 DNA에 각인된 최후의 초능력 공포가 내놓는 살벌한 경고를 완전 무시할 수도 없었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무서웠기에

 


 

나는 최대한 "아빠" 쪽을 경계하며, 날갯죽지가 뻣뻣하도록 상체에 힘을 꽉 준 다음 재빨리 내 방에 들어가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아빠의 몸이 움직인다고 느껴진 순간, 나는 신발도 벗지 않고 그대로 현관 바로 옆 내 방에 몸을 날려 문을 잠궜다.

 

그리고 그것은 찰나의 간격으로 나를 놓친 채 (몸으로 일으킨 바람이 살 끝에 닿는 듯 했다)

 

그대로 방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 말을 걸어왔다.

 

왜지? 성인 남성의 근력, 그리고 어쩌면 그것을 훨씬 상회할 힘을 지닌 존재라면 방문을 부수는 건 일도 아닐텐데.

 

영화에서처럼 "문"이 하나의 결계로 작용해서, 내가 열어주지 않으면 넘어오지 못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부순다는 선택지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어느 쪽이건 우선은 최대한 빨리 멀어지는 게 좋아 보여 나는 창문을 열고 도망치기로 했고

 

커튼을 걷자마자 거기 개구리처럼 달라붙은 아빠를 발견했다.

 

쿵쿵. 이 문 좀 열어 달라며.

 

 

씨발. 이것도 문으로 치는구나.

 

언제 집 안에서 저기로 간거야???

 

 

일단은 절대 안에서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 만은, 너무나 분명했기에 이번엔 대신 경찰을 부르기로 했다.

 

경찰아저씨,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와주세요 제1발.

 

그 와중에 112에 전화를 걸었다가, 전화 소리를 들려주기 싫어 끊고 다시 에어팟을 찾았다가,

 

에어팟을 여는 것도 혹시 "문"을 여는 걸로 치나 순간 망설였다가 (다행히 아닌 모양이었다)

 

결국엔 문자를 보내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와줬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강도가 들어 방에 숨었고, 꼭 사람 두 명 이상과 총을 가져와 달라는 말을 덧붙였고,

 

 

"[Web발신] 접수완료, 출동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긴급 상황 시 112로 즉시 연락 바랍니다."

 

"[Web발신] 20XX-XX-XX XX:XX:XX에 신고가 접수되어 지금 XX파출소경찰관이 출동중입니다. -서울청112-."

 

문자가 왔다.

 

 

됐다. 경찰이 곧 올거야.

 

얼마가 걸리던 버티는 수 밖엔 없어. 조금만 버티면 돼. 혹시 문을 부쉈단 봐, 이 악물고 맞서 싸워줄게.

 

경찰의 출동 문자에 용기 아닌 오기까지 샘솟았고 밖의 저 녀석이 어떤 존재이건 간에, 반드시 살아남겠다 다짐했다.

 

 

무기가 있나? 아령 어디다 뒀지? 음식은 과자가 좀 있을텐데...

 

왜인지 경찰이 영영 오지 않는 상황을 상정하며 나는 농성을 준비했고

 

아령과 주전부리를 가방에 챙기던 중 다시 한 번 문자를 받았다.

 

 

"XX파출소입니다. 출동중이오니 우선은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십시오."

 

"범인을 자극하려 하지 마시고. 가능하면 옷장이나 침대 밑 등에 인기척을 숨기는 것이 좋습니다."

 

 

숨을 곳.

 

별로 없는데...

 

가구가 별로 없는 좁은 내 방을 둘러본 뒤 나는 옷장 앞에 섰고

 


 

잠깐.

 

 

 

 

똑똑똑-

 

 

옷장 너머에선, 비웃는 듯한 소리와 함께-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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