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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괴담회
발송자 불명의 택배 - 6
왼발

쿠리하라 : 만약 지금까지의 제 추리가 모두 맞다고 가정하죠.

그렇다면 키리무라 마코 씨는 한쪽 발이 불편하고, 과거에 딸 유이를 잃었다는 게 됩니다.

우케츠 : 네.

쿠리하라 : 그런데, 범인은 어느 발이 불편했었죠?

 

분명 왼발을 끌고 다녔을 겁니다.

 

우케츠 : 우라카와 씨가 본 실루엣은 왼발을 끌고 있었다고 합니다.

쿠리하라 : 왼쪽이군요. 그러면 범인은 어째서 왼발이 불편해졌을까요?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저는 이렇게 추리했습니다.

마코 씨는 딸 유이를 자동차 조수석에 앉히고 운전했습니다.

쿠리하라 : 유이는 마코 씨의 왼편에 앉아 있게 됩니다.

쿠리하라 : 설령 마코 씨가 핸들 조작 중 실수로 차가 도로 좌측에 충돌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왼쪽에 앉은 유이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그리고 마코 씨는 왼발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우케츠 : 즉, 유이는 사고사했다는 말이죠……. 그래도, 그렇다면 어째서 사고 현장과는 무관한 코마키다 맨션에 공양을 하는 거죠?

쿠리하라 : …………우케츠 씨. 조금 뜬금없지만 "무덤"이라는 게 왜 있는지 아십니까?

우케츠 : 네? 왜 갑자기…………. 음, 죽은 사람이 편히 쉬기 위해서…… 일까요?

쿠리하라 : 아닙니다. 산 사람이 참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케츠 : 현실적이네요.

쿠리하라 : 있잖아요, 사람은 죽으면 사라집니다. 그것도 아주 눈 깜빡할 새에 말이죠. 잿가루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걸 견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죽은 사람이 "머물 장소"를 만듭니다.

그게 무덤입니다.

"여기에 그 사람의 영혼이 있다"고 멋대로 믿습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겁니다.

자신을 속여서 쓸쓸함을 달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우케츠 : …….

쿠리하라 : 물론 그 "머물 장소"란 무덤만이 아닙니다. 불단도 있고 납골당도 있습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도로변에 꽃을 바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도로변에 영혼이 있다고 "멋대로 믿기로" 한 겁니다.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는 산 사람이 멋대로 정하는 겁니다.

유이는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도로변에 유이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어머니인 마코 씨는 그렇게 생각하기 싫었습니다.

배기가스가 자욱하고 자동차와 사람으로 북적이는 장소에 유이를 두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그녀는 유이의 영혼이 코마키다 맨션 102호실에 "있다"고 믿기로 한 거겠죠.

쿠리하라 : 두 사람이 102호실에서 지낸 시간은 7년 전후입니다. 우케츠 씨가 본 바에 의하면 마코 씨는 젊고, 그래서 유이는 아직 어린 여자아이입니다.

즉, 유이는 인생 대부분을 102호실에서 보낸 게 됩니다.

마코 씨에게 있어 유이가 "있기에" 적절한 곳은 102호실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우케츠 : …….

———쿠리하라 씨의 말에 반쯤은 납득하면서도, 의문이 남았다.

유이의 공양을 하고 싶다면, 102호실에 계속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일부러 멀리 살면서 거기에 사는 사람의 이름을 찾아보고, 가명까지 써가면서 공물을 보내는 건 아무리 봐도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그리고 더욱 알 수 없는 건 공양한 물건들이다.

 

어린아이에게 공양을 한다면, 과자나 장난감을 바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레토르트 식품에 즉석 밥…… 아무래도 어린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이래저래 생각해봤자, 내가 쿠리하라 씨를 뛰어넘는 추리를 할 수 있을 리는 없다.

납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케츠 : 그런…… 걸까요…….

쿠리하라 : 뭐, 그저 억측이지만요.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인터넷에서 "키리무라 유이"를 검색해봤다.

혹여 사망 사고가 있었다면 어딘가에 뉴스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듯한 정보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뒤로도 "키리무라 마코" "키리무라 유이 사고" "키리무라 마코 사고" 등으로 검색해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라도 사망한 게 어린 아이였다면, 익명으로 보도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사고의 내용…… "도로변에 자동차가 추돌하여 발생한 사망 사고"를 검색하기로 했다.

조사를 시작한 지 수십 분 뒤,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도메이 고속도로서 차량이 도로변에 추돌 · 1명 사망》

그 내용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조수석

 

우케츠 : 여보세요, 쿠리하라 씨. 찾았습니다. 사망 사고의 기사요.

쿠리하라 : 오! 해내셨군요.

우케츠 : 다만…… 쿠리하라 씨의 추리와 다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쿠리하라 : 네?

 

2013년 3월 19일, 도메이 고속도로 · 요코하마-마치다 IC 부근에서, 경형 트럭이 도로변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차량은 우측 차선으로 주행하고 있었고, 핸들 조작 미숙으로 인해 우측 가드레일에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 쿠라모토 에이타 씨(27)는 사망했다. 조수석에 탄 아내 쿠라모토 사나(27) 씨는 좌반신에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에이타 씨는 4월부터 가나가와현 에비나시의 회사에 취직이 결정되어, 부부는 이사를 진행하던 도중이었다.

 

 

쿠리하라 : 쿠라모토 에이타…… 사나…….

우케츠 : 네.

우케츠 : 2005년부터 2013년까지 102호실에 살았던 부부입니다.

범인은 쿠라모토 사나였습니다.

쿠리하라 : ……그렇다면, 어째서 왼쪽 다리를………… 아! 그렇군요………….

우케츠 : 네. …………쿠리하라 씨는 아까 "차량은 핸들 조작 미숙으로 왼쪽 도로변에 충돌했고, 그 순간 범인은 왼발이 불편해졌다"고 추리했었죠.

하지만 반대였습니다.

사고 당시 차량은 우측 차선으로 주행했고, 핸들 조작 미숙으로 우측 가드레일에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조수석에 탄 아내 사나(27) 씨는 좌반신에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우케츠 : 차량은 우측 도로변에 충돌했습니다. 그런데 쿠라모토 사나는 좌반신에 중상을 입었죠.

다소 혼란스럽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쿠라모토 사나는 조수석에 탔습니다.

 

우케츠 : 달리던 차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을 경우, 관성의 법칙을 따라 조수석에 탄 사람은 차량 안쪽에서 왼쪽에 몸이 부딪치게 됩니다.

쿠리하라 : 쿠라모토 사나가 살아남은 건, 그녀의 몸이 차량의 왼쪽으로 기울어서 오른쪽의 충격을 겨우겨우 피해나갔기 때문……인 건가요?

우케츠 : 네.

쿠리하라 : 그렇군요. 제 패배입니다.

우케츠 : 아뇨, 그래도 "자동차 사고"라는 해석은 맞았고, 대부분 쿠리하라 씨가 해결한 거니까요.

쿠리하라 : 뭐, 따지고 보니 그렇네요.

우케츠 : 겸손이란 걸 모르는구만…….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키리무라 마코 씨의 태도가 신경쓰이네요.

범인이 아니라면 그녀는 뭘 숨기려고 한 걸까요……?

쿠리하라 : 아, 그거라면 아마………… 아뇨, 이건 말하지 않겠습니다.

우케츠 : 네? 어째서죠? 아는 게 있다면 말해주세요.

쿠리하라 : 아뇨, 이건 말해선 안될 것 같아서요.

……뜬금없지만 우케츠 씨. 가난하게 살아본 적이 있나요?

우케츠 : 꽤나 뜬금없네요……. 가난하게 산 적은…… 없습니다.

쿠리하라 : 저도 그렇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은행원이라서, 유복하진 않지만 먹고 사는 게 곤란했던 적은 없습니다.

우케츠 : 아니, 쿠리하라 씨의 성장 배경은 궁금하지 않은데…… 그게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죠?

쿠리하라 : ……어쩌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사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케츠 : ……무슨 뜻이죠?

쿠리하라 : 죄송합니다. 지금 잠시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다음에 또 전화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말만을 남기고 쿠리하라 씨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우선 우라카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 알아낸 것들을 모두 전했다.

우라카와 : 감사합니다. 그런 거였군요.

이유를 알기만 하면 됩니다. 보내시는 분에게 불평을 할 생각은 없어요.

덕분에 속이 편해졌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속이 편해졌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의 목소리는 불안이 섞여 잠긴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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