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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괴담회
발송자 불명의 택배 - 3
지인

우체국의 장소로부터 발송자가 사는 지역을 알았다.

그러나 가명을 쓰는 이상,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주소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상에 한 발도 다가서지 못한 채 며칠이 흘렀다.

나는 혼자서 해결하는 것을 단념하고 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전부터 여러 번 기사에 협력해준 쿠리하라 씨라는 남자다.

본업은 설계사인데, 다방면으로 지식이 풍부하고 머리도 좋아서 이번에도 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경위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냈더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쿠리하라 : 여보세요. 쿠리하라입니다.

우케츠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메일은 읽으셨나요?

쿠리하라 : 네. 내용은 거의 파악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거네요.

우케츠 :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스토커 설이 유력할 것 같네요. 다만 그 앞에서부터 막혀서…….

쿠리하라 : 그런가요? 저는 지금 나온 정보만으로 꽤나 자세한 '범인'의 몽타주가 보였습니다.

우케츠 : 네?

쿠리하라 : 우선, 범인은 스토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케츠 : 말하자 마자 부정당했네요. ……어째선가요?

쿠리하라 : 스토커가 피해자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케이스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느냐,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너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과격한 자기주장입니다.

그러나 우라카와 씨가 받은 택배에는 전부 다른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건 마치 여자 여러 명이 선물을 하는 듯한 구도가 되고 맙니다.

"자신"을 과시하려는 스토커의 심리와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우케츠 : 그렇군요…….

쿠리하라 : 그럼 반대로, 우라카와 씨를 원망하는 누군가가 그를 괴롭히는 것이냐면…… 그럴 가능성도 낮을 것 같습니다.

우케츠 : 그건 동감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좀 더 상대가 싫어할 만한 걸 보냈을 테니까요.

쿠리하라 : 네. 그러므로 지금 단계에선 범인의 동기는 알 수 없습니다.

모르는 걸 아무리 잡고 있어도 해결되지 않으니 다른 쪽을 파고들기로 합시다.

우선 아까 언급했던 "이름"의 문제부터 보죠.

범인은 어째서 매번 이름을 바꾸는가?

우케츠 씨,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케츠 : 으—음……. 우라카와 씨가 "여러 명이 택배를 보낸다"고 믿게 하기 위해서……?

아니, 근데 그렇다면 송장의 형식이 매번 같은 게 이상한가…….

 

쿠리하라 : 네. 사진을 봤는데, 이래선 이름만 바꿔봤자 같은 사람이 보낸다는 게 곧바로 들통납니다.

즉 범인은 자신이 "단독범"임을 우라카와 씨에게서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우케츠 : 그럼 대체 어째서……?

쿠리하라 : 아마도 우체국을 속이기 위해서겠죠.

우케츠 : 우체국?

 

 

수취 거부

 

쿠리하라 : 우케츠 씨는 "수취 거부"라는 제도를 아십니까?

우케츠 :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쿠리하라 : 자신에게 온 배송품을 받지 않고, 배송업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제도입니다.

저라면 모르는 사람이 보낸 이상한 택배따위 두말없이 수취 거부할 겁니다.

쿠리하라 : 그럼 그 경우 택배는 발송자에게 반송되는데, 발송자의 주소와 이름이 거짓일 경우 어디로도 보낼 수 없겠죠.

갈 곳을 잃은 택배는 일정 기간 보관된 뒤 폐기됩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고생만 할 뿐이죠.

우케츠 : 업무 방해군요.

 

쿠리하라 : 네. 그래서 이런 일이 여러 번 계속되면 발송자의 이름이 "불량 고객"으로서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됩니다.

다시는 그 이름으로 택배를 보내지 못하게 되죠.

우라카와 씨는 매번 직접 택배를 수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그가 "수취 거부" 제도를 알게 되어 그것을 이용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케츠 : 범인은 그렇게 될 것을 가정하고 매번 이름과 주소를 바꿔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방지한다는 말입니까?

……그래도, 그럴 거면 굳이 가명을 안 쓰고 무기명으로 보내면 되지 않습니까?

쿠리하라 : 그럴 수는 없습니다. 분쟁 방지를 위해서……

① 수취인의 이름

② 수취인의 주소

③ 발송자의 이름

④ 발송자의 주소

이 네 가지가 기재되지 않은 택배는 창구에서 접수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범인은 매번 가명을 열심히 지어내야만 합니다.

우케츠 : 고육지책이군요.

쿠리하라 : 범인도 필사적이네요.

———"필사적" ……그 말에 지금까지는 흐려서 보이지 않던 범인의 윤곽이 조금 드러난 것만 같았다.

우라카와 씨에게 택배를 계속 보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계획을 짜내는 인간.

그렇다. 범인은 괴물도 유령도 아닌 한 명의 인간이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우라카와 씨에게 택배를 보내고 싶어하는가?

 

 

쿠리하라 : 발송자의 동기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행동의 논리는 분명합니다.

· 우라카와 씨에게 택배를 계속 보내고 싶다.

· 그러므로 우체국에 들키고 싶지 않다.

이 두 가지를 이해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범인이 여러 우체국을 사용하고 있는 건 직원이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가명이 전부 여성의 이름인 것은 범인 자신이 여성이라서겠죠.

여성이 남성의 이름으로 택배를 보내면 직원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습니까? 범인은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닐까요?

우케츠 : 그렇군요. 모든 것은 우체국의 눈을 속이기 위함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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