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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중요한가?
회계사로서 10여 년 넘게 일을 하면서 "회계라는 게 중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크게 아래와 같은 회사의 기준으로 회계를 다루는 방식이 나눠진다.
- 대기업
- 대기업 제외 상장기업
- 비상장 중견기업
- 비상장 중소기업
- 소기업
이번 주제에 다룰 내용은 다음 중 1, 2번에 해당하는 상장기업과 3번에 해당하는 비상장기업보다는 4, 5번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에 국한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1, 2, 3번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하여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에 스타트업이 4, 5번에 해당함에 따라 상장기업과 중견기업은 제외할 예정이다.
먼저 내 경험을 토대로 회사에서 생각하는 회계에 대한 생각은 아래 2가지로 요약된다.
Case 1) 성장하는 기업은 회계보다는 사업이 중요하다. 회계가 사업을 방해하면 안 된다.
Case 2) 회계가 중요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회계 인력을 제대로 구성할 여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 가지 경우 결론적으로는 회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 회계가 중요하지 않은가?
회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
Case 1) 회계에는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회계법인과 업무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기업이라면 100% 공감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사례 1: 자산과 비용의 선택
회계, 특히 재무회계에서 자산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비용이 된다. 이건 개인의 삶에서도 동일하다. 내가 쓴 돈이 비용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바로 개발비(자산)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어요. 이게 왜 비용이죠?"
"비용으로 처리하면 손익이 너무 안 좋아져요."
"회계기준이 너무 엄격해요."
"이런 식이면 우리 같은 회사는 망하라는 겁니다."
사례 2: 수익은 최대한 빠르게! 비용은 최대한 늦게!
스타트업을 보면 손익에 대한 많은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이건 당연하다. 투자자와 채권자가 있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가지지 않는 게 더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왜 사업의 문제를 회계 수치를 바꿔서 해결하는 것일까? 그게 가장 쉽고 빠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발생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회계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잘하는 사람을 회계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Case 2) 회계 인력은 굳이 갖추지 않아도 외부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 그래서 회계 인력에 대하여 높은 급여나 비용을 주고 운영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언제까지일까? 대부분 기업에 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다.
회계에서 불거지는 문제
세금만 잘 내면, 회계수치를 조작하고 원하는 대로 수정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세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도 존재한다.) 그러면 어떤 큰 문제가 발생하면 이러한 생각이 바뀔까? 나는 3가지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1. 회계감사: 처음 회계감사를 받게 되면 많은 수정 권고사항을 받게 된다. 그러면 회사의 손익이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회계감사인들은 회사의 상황과 여건에 100% 맞춰주지 못하고 기업회계기준 이야기를 한다. 생각보다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과거에 잘못된 부분을 한 번에 고치기 때문이라고 말을 한다.
2. IPO: IPO, 상장을 준비하게 되면 지정감사를 받게 된다. 지정감사는 자유선임 회계감사보다 더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재고자산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문제가 생기면 적정의견을 받지 못하고 상장 신청이 불가능해진다.
3. 사법 기관 및 감리 당국의 조사: 회사의 상황이 안 좋아져 운(?)이 안 좋으면 사법기관 등의 조사를 받게 된다. CEO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회계장부를 조사받기 시작하고, 모든 회계 처리의 책임이 대표이사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불법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회사의 재무제표 등에는 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4. M&A: 회사를 매각할 때 매수측 재무실사를 진행하게 되고, 이때 회사 자료의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회사의 경영진은 알고 있다. 회사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다.
회계가 중요성이 상실되는 이유
회사를 최초 설립할 때, 특히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비즈니스 모델을 토대로 진행하게 된다. 회계적인 수치보다는 비전과 목표에 치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원리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 인력을 구성할 여력이 없을 수도 있고, 불필요해 보일 수 있다. 이때 기업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외부 기장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찌 됐든 세금은 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필요한 자료를 외부 기장업체에 보내고 회계 처리 결과는 세금을 내는 시점인 익년도 3월 말쯤에 받게 된다. 직접 처리하지 않은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알지 못하면 믿는 게 제일 편하기 때문이다.
회계가 중요한 이유
IT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라고 물었을 때 대다수의 분들이 동일한 말을 한다. 바로 데이터 축적이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는 회사에 맞는 양식에 따라 동일한 양식으로 작성할 때 사용 가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다. 회계는 기업의 활동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러한 데이터를 아무렇게나 처리한다고 분석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대다수의 중소기업의 회계 데이터를 가지고 제대로 된 분석을 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우리는 ERP가 없어서', '회계 인력이 없어서', '사업에 중요하지 않아서'라는 많은 주장 속에 회계 데이터는 아무렇게나 방치된다. 그리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회사의 회계 데이터가 아닌 팀별 혹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수치가 적힌 (개인의 생각에 의존한) 자료를 가지고 진행한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회계 데이터(재무제표)와 맞지 않다. 심한 경우 맞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결국 회사의 선택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고액의 컨설팅 비용으로 해결하고자 할지 아니면 처음부터 준비할지. 사람의 다양한 미사여구로 자신을 포장하고 유리한 방향을 위해서 거짓말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 말들이 모여서 사람의 도덕성과 신뢰성을 평가하게 된다.
회계원리 교재의 가장 맨 첫 페이지를 보면 이런 말이 적혀있다. "회계는 경영의 언어이다."
- 선택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