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 안 떠나는 게 바보같다고?

[야옹기사]

그거야말로 바보같은 소리임.

영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남미 등의 '백인 위주 사회'의 인종차별은 엄청나게 심함. 그 중에서도 흑인이나 이슬람에 대한 인종차별, 종교적 차별은 그나마 이슈라도 되고 관심이라도 받지만, 황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은 별 이슈조차도 되지 못함. 즉, 손흥민은 그런 '극악의' 상황에서 현재 위치에, 아시아권 최초의 토트넘 주장이자 토트넘에서 레전드 반열에 오르는 위치에 올라간 거임.

그런데 그런 손흥민이, 토트넘을, 프리미어 리그를 포기하고 요새 말 나오는 알레띠 등으로 이적한다? 할 수야 있지. 그런데 과연 거기에서 텃세가 없을까? 언론과 팬들의 인종차별 발언과 행동으로 마음 다치는 일이 없을까? 마찬가지임. 지금의 토트넘과 영국에 있을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로 덜하지는 않음.

게다가 익숙해진 토트넘 코치진이나 프런트 등이 아닌, 전혀 새로운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익숙해져야 하는 부담감은? 나이 서른 넘어서 다시 배워야 할, 영어도 독일어도 아닌 스페인어라는 전혀 다른 언어에 대한 적응은? 음식은? 문화는? 이런 거 적응도 하기 전에 선수 생명 끝날텐데? 이런 것까지 다 고려해서, 최대한 현실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손흥민은 이적에 적극적이지 않은 거야.

물론, 팬들 입장에서야 토트넘 아니라 리그 내의 다른 강팀, 혹은 알레띠나 바르사, 레알같은 강팀가서 활약하면 보는 재미야 있겠지. 하지만 손흥민이 얻을 건 뭔데? 돈?

뭐, 마지막 빅 사이닝을 할 경우엔 현재 토트넘서 받는, 우리 손흥민 팬들 보기에는 짜디 짠 주급보다 엄청나게 올라간 주급을 받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반대로 토트넘 팬들 입장에선, 그렇게 되면 결국 손흥민 역시 말만 번지르르 했지, 마지막엔 돈 쫓아서 움직인 그저그런 선수라는 소리 들을걸?

그리고 손흥민이 돈에 혹할 수준의 선수였다면, 이미 일찌감치 알 힐랄같은 사우디 리그로 이적해서 거진 왕자 대접 받으면서 플레이 할 수 있었을텐데, 그걸 거부하고 '빡센' 프리미어 리그에 남아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함? 심지어는 결혼조차도 미뤄가면서 축구하는 이유가 뭐겠냐고.

그건 바로 하나, '멋진 선수'로 남고 싶은 거임. 그게 손흥민 식의 낭만이라고.

돈도, (손흥민은 바랄테지만 현실적으로 봐선 불가능한) 우승 트로피도 아닌, 사람들 마음 속에 토트넘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멋진 선수로 기억되는 거, 그거야말로 지금 손흥민이 바라는 일일거임. 이걸 우리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됨. 손흥민은 돈이라면, 이미 '벌만큼 벌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임. 사람이 돈을 벌만큼 벌고 나면, 그 다음 생각하는 건 사람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명예'임.

짐작이지만, 아마도 손흥민은 은퇴할 타이밍이 된다면 토트넘에서 '명예롭게' 은퇴하려고 할 걸? 팬들에게 기립박수 받으면서, 은퇴식 치르는 거. 그게 바라는 일일 거라고.

사정상 그게 안된다면, 마지막 1 - 2년 정도 자신이 프로데뷔했던 독일의 함부르크나 레버쿠젠으로 이적해서 거기서 마지막 불꽃 태우고 은퇴하거나, 혹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지만 실제 뛰어본 적은 없던 고향팀, 강원FC 등에서 플레잉 코치 형식으로 한두 시즌 뛰고 나서 은퇴하려고 할 듯. 은퇴 후에는 축구 관련 일은 안한다고 이야기 한 만큼, 자신의 은퇴 전에 자신이 가진 노하우들을 '직접 플레이로 보여주면서' 후배들에게 전하려 할 테니까.

손흥민은 바보가 아님. 우리랑, 혹은 돈을 쫓는 일반적인 프로축구 선수들과는 축구를 보는 기준점 자체가 다른 거야. 이걸 가지고 손흥민을 바보라고 하면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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