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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마취제 산 여친, 며칠 뒤 듀스 '김성재 사망'…혈액 검출에도 무죄
뭘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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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자국 28곳…솔로 데뷔 다음 날 사망, 부검선 '타살'[사건속 오늘]
"살해할 이유 없다" 부인한 여친…"의심 가더라도 증거부족" 무죄 판결
그룹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하늘은 우릴 항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곁에는 니가 있어."

1995년 11월 20일, 2인조 인기 댄스그룹 듀스의 멤버 고(故) 김성재(당시 23)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가 떠난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채 대한민국 연예계 최대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유족을 비롯한 팬들은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솔로 데뷔 무대 다음 날 숨졌다…故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

이날 오전 6시 40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김성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듀스 해체 이후 성공적인 솔로 데뷔 무대를 마친 다음 날 세상을 떠나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앞서 전날인 11월 19일 오후 7시 30분쯤 김성재는 여자 친구 A 씨와 매니저, 백댄서 등과 만나 저녁을 먹은 뒤 당구장에 갔다가 숙소인 스위스그랜드호텔로 귀가했다. 이들은 숙소 거실에 모여 A 씨가 녹화한 김성재 데뷔 무대 영상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20일 오전 1시 무렵, 모두가 잠들고 거실엔 김성재와 A 씨만 남았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소파에 누워 있는 김성재 팔을 주물러주며 방송 얘길 나누다 오전 3시 40분쯤 집으로 돌아갔다.

오전 6시, 거실로 나온 매니저가 소파에 엎드려 베개에 얼굴을 반쯤 파묻고 누워있던 김성재를 깨웠다. 당시 김성재가 반응이 없자, 매니저는 그가 피곤할 거란 생각에 좀 더 자도록 놔뒀다.

30분 뒤 다시 김성재를 깨웠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고, 백댄서들이 그를 들어 올리자 몸이 축 늘어졌다고. 입술은 파랬고 입 주위엔 피가 묻어 있었다고 한다.

일행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1시간여 만에 인근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김성재의 호흡은 이미 멎은 상태였다.

오른팔엔 주삿바늘 자국만 28개…혈액·소변서 마취제 나왔다

부검 결과, 김성재의 오른팔에서만 28군데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다. 주사 자국 아래에 사망 이전에 발생한 피하출혈도 적지 않았다.

주사 자국은 불규칙적이지만 정맥 혈관을 따라 분포돼 있었다. 그러나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정맥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 혈관이 손상되고, 출혈이 많았다.

특히 출혈 상태나 주사 자국 등을 봤을 때 거의 같은 시간대에 같은 주사기로 집중적으로 주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찰이 김성재의 사인을 약물 사고사라고 매몰돼 있을 때, 국과수 측은 김성재의 혈액과 소변에서 동물마취제인 틸레타민과 신경안정제로 쓰이는 졸라제팜이 희석된 '졸레틸 50'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부검의는 "△주사침흔이 오른쪽 상지에 국한돼 있는 점 △주사침흔의 분포는 불규칙적이나 상지 정맥혈관 주행을 따라 주사하려고 노력한 소견을 보이는 점 △고인의 경우 평소 오른손잡이였다고 하며, 이 경우 본인이 직접 주사하기는 매우 어려운 점 △고인 발견 당시 주위에 주사기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 △28개소의 주사침흔이 있는 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 투여된 점 등으로 판단할 때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부검감정서를 작성했다.

이에 돌연사로 추정됐던 김성재의 죽음은 의문사로 바뀌었다.

"반려견 안락사시킬 것" 마취제 구매 뒤 "경찰엔 비밀"…수상한 여친

김성재가 사망하고 약 17일이 지났을 무렵, 서울 반포 동물병원장 배 모 씨(당시 32)는 경찰에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배 씨에 따르면, 평소 반려견 치료차 배 씨 병원에 오던 A 씨가 11월 초 "반려견이 갑자기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치매증 상태로 괴로워서 볼 수가 없어 안락사시켜야겠다"며 동물용 마취제인 졸레틸50 한 세트와 황산마그네슘 7g, 주사기 2개 등을 3만 원에 구매했다.

이후 A 씨는 배 씨를 찾아가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 "부검하면 졸레틸 성분도 나오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배 씨는 김성재 몸에서 졸레틸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보고 놀란 나머지 신고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A 씨가 배 씨를 찾아간 날은 12월 1일로, 이날은 국과수 부검 결과가 경찰에 통보되기 전이다. 그렇게 배 씨의 신고로 A 씨는 김성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돼 12월 7일 긴급 체포됐다.

배 씨의 제보 내용을 완강히 부인하던 A 씨 대질신문에서 4시간 만에 모든 내용이 맞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A 씨가 범행 당일 TV 쇼프로그램 출연으로 피곤해하는 김성재에게 '피로회복제'라고 속인 뒤 동물마취제를 그의 오른팔에 28회 주사해 약물중독으로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A 씨가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김성재 몸에서는 정상인보다 많은 마그네슘이 검출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A 씨는 검찰 심문에서 김성재와 단둘이 거실에 남아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성재와 줄곧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난 성재를 죽이지 않았다"…무기징역→무죄 뒤집혔다

그렇게 김성재가 죽은 지 반년이 넘은 1996년 6월 5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이국주)에서 김성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나 사건 발생 당시 정황과 여러 증언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동물마취제인 졸레틸을 사서 김성재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대부분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김성재를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 했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으며 초범인 데다 김성재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그와 관계를 끊으려 했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법원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A 씨는 "난 성재를 죽이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건강한 피해자가 갑자기 숨졌고 그의 몸에서 주사 자국이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피고인이 산 약물이 나온 점은 피고인도 대체로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런 심증만을 근거로 피고인을 살해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직접 사인으로 지목한 '약물 투여'에 대해서는 "졸레틸50 한 병은 건강한 사람을 마취시키기에 충분한 양이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아 구속된 지 약 1년 만에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석방됐다.

1998년 2월 26일, 사건 발생 2년 3개월여 만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진행됐다. 대법원 형사 1부(주심 이돈희 대법관)는 이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성재의 사망 원인은 29년째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그것이 알고싶다' 김성재편 방영 불발…전여친은 "억울하다" 호소

한편 2019년 7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고(故)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편을 제작했다며 방송을 예고했다.

하지만 방송을 앞두고 A 씨가 자신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방송이 불발됐다.

이와 관련 A 씨의 어머니는 "우리 딸이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우리 가족은 24년간 편파적인 보도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억울해하며 악플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A 씨는 2019년 10월, 김성재 사망 당시 약물검사를 시행한 전문가를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같은 해 12월 "가처분 신청 재판 이후 故 김성재 사망사건 관련해 많은 분의 제보가 있었고, 국민 청원을 통해 다시 방영해 주길 바라는 시청자가 많았다"며 취재를 보강해 재편성했다.

이번에도 A 씨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재판부 역시 이를 인용해 방송은 다시 무산됐다.

해당 방송분 연출을 맡았던 배정훈 PD는 지난해 3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추후 OTT를 통해 미방송분을 공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소봄이 기자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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