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키워드 된 도파민 중독 “고위험 사용자, 숏폼 통제 자체 어려워진다”
'도파민'이 사회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도파민은 의욕·행복 등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데, 자극성 있는 것에 빠지는 현상을 '도파민 중독'이라 칭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특히 '도파민 중독'은 영상 콘텐츠에서 부문에서 주목받고 있다. 자극적인 연애 프로그램, 알고리즘 추천을 기반으로 하는 숏폼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연프(연애 프로그램) 중독', '숏폼 중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도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 출연해 연애 프로그램에 중독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상 창작자나 기업이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매진하는 게 아니라 균형감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석원 SK텔레콤 디지털미디어팀장과 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장, 359만 영화 유튜버 지무비(나현갑)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AI 알고리즘의 양면 : 도파민 중독 연구 사례 및 350만 유튜버가 말하는 알고리즘의 유혹>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SK텔레콤과 함께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AI가 디지털 과의존(도파민 중독)에 미치는 영향을 5점 척도(평균 3점, 5점에 가까울수록 긍정적)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영상 콘텐츠 고위험 사용자의 경우 'AI 추천 영상 시청을 중단할 때 심리적 불편함을 겪는다'는 항목에 3.27점을 기록했으며, 'AI 추천 영상 시청이 오프라인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항목에 3.36점을 기록했다. 일반 사용자는 같은 항목에 1.66점·2.65점을 기록했다. 또 'AI 추천 숏폼 영상 시청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항목에 고위험 사용자는 3.33점, 일반 사용자는 1.77점을 기록했다.
김범수 소장은 "고위험 사용자, 즉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이용자는 AI 추천 영상을 중단할 경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숏폼의 경우 통제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알고리즘 추천은 결국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과의존 경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회복 탄력성이 중요한데, 내가 과의존에 빠진 건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김범수 소장은 "결국 창작자나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자극적 영상만 제공되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균형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특히 기업은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359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화 리뷰 유튜버 지무비는 유튜브 알고리즘 역시 숏폼 콘텐츠 위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무비는 "유튜브 생태계에 속해 있으면서 알고리즘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느낀다"며 "현재 알고리즘은 1초 안에 시청 여부를 결정하는 숏폼을 주로 추천해주고 있다. 과거에는 6분 정도 되는 분량의 영상이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았지만, 이제는 애매한 길이의 영상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아예 1분 이하의 숏폼 콘텐츠를 만들거나, 20분이 넘는 긴 영상을 만들어야 알고리즘이 영상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지무비는 구독자 등 고정 시청자보다 알고리즘 이용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무비는 "구독자 중 남성이 70%가 넘는데, 유명 일본 남자 배우 모습을 섬네일로 하니 여성 시청자 비율이 60%가 넘고, 노인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니 50대·60대 비율이 거의 60%에 육박하기도 했다"고 했다.
지무비는 "창작자가 AI 알고리즘의 경향을 활용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도파민을 노리는 콘텐츠만 제작하기 보다, 가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윤수현 기자
- 선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