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비전문적이고 매우 주관적인 향수 이야기-
난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른체로 쭉 살아가는 거 같다. (다들 이런가? 나만 이런가?)
나에게 유난히 낯선 분야 중 하나가 코스메틱쪽이다. 어느 정도로 내가 이런 걸 몰랐냐면 화장품 뭘 사야할지 아예 몰라서 친구한테 단계별로 각 브랜드마다 괜찮은 추천 받아서 그대로 백화점 가서 아묻따 싹 다 사기도 했다. 기초도 대부분 친구의 추천을 받아서 썼다. 그게 차라리 편했다. 화장품쪽도 이렇게 그냥 알못인데 향수는 진짜 아예 뭘 사야할지 몰랐다.
나의 첫 향수는 조말론의 피오니었는데 나름 그때는 조말론이 지금보다는 조금은 덜 흔한 느낌이었다. 그때 시향도 했는데 그때는 분명 싱그러운 꽃향이 났다. 그래서 샀는데 막상 사고 나니깐 내가 생각한 향과 달랐다.이게 향수가 사람의 체취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또 시향한 환경에 따라서 시향지에 뿌린 시점에 따라서 그 향도 달라지기도 하니깐...암튼 첫 향수를 맘에 들지 않은 걸로 산지라 잘 안 쓰다가 결국 그렇게 맘에 안들어서 안 쓴 거 같다.
이때부터 좋아하는 향수 찾기 대장정이 시작됐다...
두 번째는 딥디크 EDP 디스커버리 세트였다.
이게 신의 한수였던 게... 딥디크의 유명한 향은 다 들어 있었다. 사실 도손을 사려다가 다시 도손이 맘에 들지 않으면 또 피오니처럼 쳐박아둘까봐 걱정된 것도 있었다.
플레드뽀 - 파우더리한 살 냄새가 나는 (일명 아기분 냄새 나는 향수) 은근 이거 중독적이다. 그래서 플레드뽀 다 써갈 때 아쉽기도 했다.
도손 - 진한 꽃향이 나는데 그게 꽤 좋다. 이상하게 도손은 향 설명을 잘 못하겠다. 그런데 분명 좋았다. 그냥 좋았다.
필로시코스 - 무화과향이 인상적인 향수인데... 이게 기분전환용으로 가끔 뿌리면 좋았다. 무화과향이 적당히 좋기도 하면서 살짝 머리 아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향수 쓸 땐 잘 모르다가 언젠가 지낸 숙소에서 어메니티로 나온 배쓰 제품 쓰면서 느낀 건 약간 느끼한 향도 나는 거 같다. 약간 파우더리한(?) 향이 남. 검색했더니 이게 코코넛향이라구. 개인적으로 필로시코스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좋기도 하면서 싫기도 함)
탐다오, 롬브로단로 - 두 개는 다 불호였다. 약간 남자 향수 느낌 나기도 하고, 알콜 향이 암튼 강했던 둘 다 분명 다른 향수인데 둘 다 암튼 나에게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향수를 다 쓸 때쯤 도손을 본품으로 구매했다. 그런데 약간 향수든 바디워시든 여러개 두고 기분에 따라 쓰는 걸 좋아하는지라 도손은 반도 쓰지 못한 상태로 사용기한이 지났고. 지금은 차의 방향제로 쓰고 있다.
그렇게 도손을 다 쓰지 못하게 된 이유는
다른 향수를 샀기 때문인데 사실 나에게 귀인이 있었는데 그 친구를 따라서 시향을 하러 갔다. 혼자서는 매장에 가서 시향하고 싶다는 말을 잘 못해서(그런 말 하는 게 어려워서) 친구에게 미리 시향하고 싶은 브랜드를 말하고 친구가 이끄는대로 시향을 했다. 그래서 산 향수
바이레도 블랑쉬 - 바이레도에서 시향한 것 중 딱 두 개가 내 취향이었는데 블랑쉬랑 라튤립이었는데 그런데 블랑쉬가 더 인상적이었다. 흔히 말하는 비누향이 났다. 머스크 계열인데 암튼 그 비누향이 너무 좋았다. 그때 집시 워터도 시향했는데 뭐라할 수 없는 강렬함이 있었는데 친구는 이게 가장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블랑쉬를 잘 쓰던 와중에 갑자기 차분한 이미지의 향수가 사고 싶었다. 그래서 이솝 테싯과 상탈33과 고민하다가 테싯은 막상 시향하러 갔더니 오히러 같은 브랜드인 휠이 더 좋아서 탈락했고. 휠과 상탈33중에 고른다 치면 그냥 상탈33사야 후회를 안할 거 같았다.
르라보 상탈33 - 상탈은 뭐랄까 내가 살아가면서 전혀 가질 수 없는 그런 향이 났다. 일명 절 냄새라고도 하고, 인센스 향 같다고도 많이 말한다. 언아더13과 함께 호불호 갈리기로 유명한 향수기도 하다. (참고로 언아더도 시향 했는데 무슨 향이랄게 아예 안나서 당황했다.) 암튼 상탈은 그냥 그런 향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았던 거 같다. 차분하고, 그런 느낌. 물론 그러진 않았고, 이 향수 뿌린 날은 주변 사람들이 상탈 뿌렸냐고 관심 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워낙 결이 안 맞는 향수라서 아직도 다 못썼다고 한다.
바이레도 라 튤립 - 다음 향수는 바이레도 라 튤립이다. 시향했을 때 기억이 좋았다. 싱그러운 진짜 좋은 은은한 꽃향이 난다. 참고로 라튤립을 살 때 가장 고민했던 향수는 바이레도 인플로레센스이다. 둘 다 꽃향인데 인플로레센스 떠올리면 뭔가 꽃집에 들어선 느낌이 나고. 라 튤립도 꽃인데 뭔가 결이 좀 다른. 라튤립이 좀 더 화사하고 쨍한 느낌이라면 인플로레센스는 은은한 느낌? 결론은 더 네임드를 택했다. 라 튤립. 얼마 전에 다 썼는데. 물론 공병에 나눔도 많이 했기도 했지만 암튼 끝까지 나 쓴 향수가 블랑쉬랑 라튤립이 유일하다. 끝까지 질리지 않는 거 같다.
시간이 나면 시향을 종종 해봤는데
바이레도 발다크리크도 좋았고, 호불호 갈린다던 모하비 고스트도 좋았다. 아마 모하비고스트는 뿌려져 있는 시향지 줘서 그랬을 수도 있다. 딥디크의 오로즈도 좋았던 거 같다. 나는 전반적으로 바이레도 향수와 취향이 잘 맞나보다.
그리고
바이레도 블랑쉬를 다시 샀다. (아마 현재로선 블랑쉬가 나의 최애 향수인 거 같다.) 얼마 전에 개봉해서 요즘은 블랑쉬랑 상탈을 번갈아가며 쓴다. 두 번째 블랑쉬인데 처음 쓸 땐 비누향 느낌이 강했는데 두 번째 쓰다보니 비누향 느낌보다 꽃향이 더 느껴진다.
그리고 끝으로 가장 최근에 산 향수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레이지 선데이 모닝 EDT
시향도 하지 않고, 설명만 보고 여행 갈 때 샀다. 같은 향수가 두 개인 이유는 같은 향수를 친구 선물로도 샀기 때문이다. 호텔 침구 같은 향이 난다고? 그럼 안 좋을 수가 없으니깐... 과연 어떨지는 여름쯤 개봉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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