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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타이밍에 찰떡같이 흘러나오는 BGM은 회차별 플레이 리스트까지 생겨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의 인기요인 중 하나였다. 이는 매 신, 옷 대보듯 스무 곡 정도를 대보며 BGM에도 많은 공을 들인 덕이었다. 음악감독이 해줄 수 있는 일임에도 박경식 PD는 직접 이러한 작업을 반복했다.
그가 직접 음악 선정에 나선 이유도 입주자들의 감정을 잘 표현해 주기 위함이었다. 박경식 PD는 “정말 열심히 노래를 찾았다. 어떤 감정을 표현해주고 싶은지를 정해놓고, 이 감정을 가장 잘 살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잘 들릴 수 있는 음악을 찾았다”며 음악에 상당한 공력을 들였음을 밝혔다.
그는 시즌1 때부터 BGM을 담당했다. 시즌1과 2, 포맷의 차이가 없는 ‘하트시그널’에서 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 포인트 역시 BGM이었다. 시청자들이 변화를 원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재미를 잃고 싶지 않아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를 지켜가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결의 변화를 주려고 했다. 기시감 같은 불편함 대신, 티 나지 않지만 분명한 변화를 주려 했다는 박경식 PD는 그 예로 음악을 들었다.
박경식 PD는 “시즌1은 팝이나 EDM 장르로 감정을 자극적으로 확 보여주는 편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재즈나 아름다운 연주음악들을 열심히 찾았다”고 섬세한 차이를 설명했다. 이번 시즌은 유독 연애에 관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출연자가 많았고,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을 선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즌1에서는 음악으로 감정을 리드해줬다면 시즌2는 뒤에서 받쳐주고, 음악이 감정을 따라가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이어지든 아니든, 누군가가 감정을 고민하는 과정이 시그널 하우스에 오롯이 담겼다. 때문에 공간 자체가 갖는 의미도 상당했다. 이진민 CP는 “내 인생의 중요한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는 공간”이라고 시그널 하우스를 정의하며 “일상 속에서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만큼은 판타지 안에서 빠진다. 시그널 하우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쉽게 빠질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그 판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6개월의 편집실 생활과 짙은 감정의 농도는 몸과 마음을 모두 지치게 할 터였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하트시그널’은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사랑 혹은 연애에 대해 이렇게 오랜 시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이진민 CP는 “예측해 다음 행동을 준비하지 말고 내 마음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새로 깨달은 점을 털어놨다. “처음엔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고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요령으로 알아채면 획기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 그런데 시즌1, 2 쭉 진행하면서 사람 마음이 간단한 게 아니구나. 인간의 마음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건 오만한 상상이었구나를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박경식 PD는 “입주자분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울고 웃었다. 시즌1도, 2도 몸살까지 느껴가며 편집을 했기 때문에 제겐 몸살 같은 프로그램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내 그는 “사랑으로 가득 차있는 공간에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걸 지켜보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데, 그게 슬프고 즐겁고 간에 사랑하고 있는 모습은 모두 빛나 보였다. 시청자분들께도 ‘하트시그널’이 화양연화 같은, 인생의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입주자들의 감정을 전달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해 주기 위해 몸살을 함께 느낄 정도로 애썼다. 또 최적화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고심하고, 맞춤 BGM을 고르며 마지막까지 정성스럽게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인생 가장 빛나는 순간, 찬란한 시그널을 펼쳐낸 입주자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려 분투한 이들의 진심이었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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