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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식
소리 고고학: AI로 발굴하는 음악의 숨겨진 구조와 층위

완성된 음악을 듣는 것은 거대한 고대 건축물의 외관을 감상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는 웅장한 실루엣과 화려한 장식에 감탄하지만, 그 건축물이 어떤 돌로 기초를 쌓았는지, 기둥 뒤에 어떤 구조가 숨겨져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오랫동안 음악 감상은 완성된 결과물(Master Mix)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 기술은 청취자들에게 ‘듣는 귀’를 넘어 ‘발굴하는 손’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오디오 편집을 넘어선다. 이것은 소리의 층위를 벗겨내고 그 안에 숨겨진 문명을 탐구하는 ‘현대 음악 고고학(Modern Music Archaeology)’이다.

1. 음악이라는 이름의 문명 유적지

모든 곡은 하나의 문명 유적지와 같다. 작곡가, 연주자, 엔지니어가 겹겹이 쌓아 올린 소리의 지층이 그 안에 존재한다. 과거 스튜디오 엔지니어들의 전유물이었던 멀티트랙(Multi-track)의 세계가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대중에게 개방되었다.

우리는 이제 탐험가가 되어 멜로디라는 덩굴을 걷어내고, 리듬이라는 지하 묘지로 내려가 그 구조를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음악 교육, 리믹스 제작, 그리고 순수한 구조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AI 보컬 제거 기술: 모래를 털어내고 드러난 상층부

고고학적 발굴의 첫 단계는 유적을 덮고 있는 흙과 모래를 조심스럽게 털어내는 작업이다. 음악에서 가장 표면에 위치하며 청취자의 주의를 즉각적으로 사로잡는 요소는 바로 ‘인간의 목소리’다. 목소리는 유적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조각상과 같아서, 종종 그 아래의 정교한 건축미를 가리곤 한다.

이 단계에서 AI Vocal Remover 기술은 고고학자의 붓처럼 작동한다.

Spleeter나 Demucs와 같은 오픈소스 기반의 소스 분리(Source Separation) 알고리즘들은 주파수 스펙트럼(Spectrogram) 상에서 보컬의 특징적인 패턴을 식별하고 제거한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보컬이라는 최상위 층이 사라지고, 그늘에 가려져 있던 반주(Instrumental)의 공간감이 드러난다. 가수의 목소리 뒤에 숨어 있던 신디사이저의 텍스처, 기타의 미세한 떨림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노래방 트랙(MR)’ 생성을 넘어, 곡의 상부 구조를 해체하여 그 아래의 풍경을 관찰하는 시각적 경험에 가깝다.

3. AI 스템 분리(Stem Separation)와 음악의 지질학

보컬을 걷어낸 후, 고고학자는 더 깊은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질학자가 퇴적층을 분석하듯, 음악의 구성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관찰하는 단계다. 음악의 뼈대를 이루는 드럼, 공간을 채우는 베이스, 그리고 색채를 더하는 화성 악기들은 서로 다른 깊이의 지층에 존재한다.

여기서 AI Stem Splitter 기술은 정밀한 지층 탐사 장비의 역할을 수행한다.

초기의 EQ 필터링 방식이 특정 주파수를 깎아내는 파괴적인 방식이었다면, 최신 AI 모델은 딥러닝을 통해 악기 고유의 음색을 학습하여 소리를 분리해 낸다. 이 기술을 통해 분리된 트랙들은 각각 독립된 유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 드럼(Drums): 곡의 심장 박동이다. 킥 드럼의 타격감과 하이햇의 그루브는 건물의 기초석이 어떻게 놓였는지를 보여준다.

  • 베이스(Bass): 음악의 무게중심이다. 저음의 흐름이 멜로디를 어떻게 떠받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청취자는 음악을 처리(Process)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Observe)하게 된다. 섞여 있을 때는 들리지 않던 연주자의 미세한 고스트 노트(Ghost Note)나 엔지니어의 패닝(Panning) 의도를 발견하는 것은 오직 분리된 지층을 들여다보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발견의 기쁨이다.

4. 고고학의 다음 단계: 파편으로 문명을 재건하다

고고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발굴 그 자체가 아니라, 발굴된 파편들을 통해 과거의 문명을 이해하고, 나아가 잃어버린 부분을 복원하거나 재해석하는 데 있다. 소리 고고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리된 보컬, 드럼, 베이스라는 파편들을 분석한 후, 우리는 ‘재창조(Re-creation)’의 단계로 나아간다.

이 지점에서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단순한 분리 도구를 넘어, 학습된 양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물을 빚어내는 ‘디지털 장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주목받는 FreeMusic AI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재건과 창작의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플랫폼들은 사용자가 발굴해 낸 리듬의 패턴이나 특정 장르의 스타일(Style)을 입력값으로 받아 새로운 음악적 구조물을 축조한다. 마치 고고학자가 깨진 도자기 조각의 문양을 분석해 온전한 도자기를 복원해 내듯, AI 시스템은 기존 음악의 데이터와 스타일을 학습하여 저작권 문제없는(Royalty-free) 새로운 트랙을 생성한다. 이는 감정에 호소하는 작곡이라기보다는, 입력된 데이터(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문명의 복원 및 모방 작업에 가깝다.

5. 사례 연구: 팝송 한 곡에 대한 고고학적 실험

실제 대중가요 한 곡을 대상으로 이 ‘소리 고고학’의 전체 프로세스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그 기술적 흐름이 명확해진다.

  1. 발굴 (Excavation): 복잡한 믹싱이 된 팝송을 준비한다. 보컬 제거 기술을 통해 목소리를 걷어낸다. 이 과정에서 곡의 화성 진행(Chord Progression)과 앰비언스(Ambience)가 명확히 드러난다.

  2. 분류 (Classification): 스템 분리 기술을 활용해 리듬 섹션(드럼, 베이스)을 별도로 추출한다. 분석 결과, 이 곡이 1980년대 신스웨이브(Synthwave) 스타일의 리듬 구조를 차용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3. 복원 및 재창조 (Restoration & Creation): 확보된 ‘80년대 레트로 스타일’이라는 정보와 템포(BPM)를 생성형 AI 도구의 파라미터로 설정한다. FreeMusic AI와 같은 생성 엔진은 해당 스타일의 문법을 분석하여 유사한 질감과 리듬을 가지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멜로디 라인의 트랙을 생성해 낸다.

이 실험의 결과물은 원곡의 단순한 변형이 아니다. 그것은 원곡이 가진 ‘문명적 특성’을 계승하면서도, AI라는 현대적 공법으로 새롭게 지어진 또 다른 디지털 건축물이다.

6. 결론: 미래의 창작자는 모두 소리 고고학자다

우리는 음악을 소비하고 창작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점에 서 있다. AI 기술은 음악을 하나의 깨트릴 수 없는 덩어리가 아닌, 해체와 조립이 가능한 ‘블록’들의 집합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제 음악을 깊이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많이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소리의 구조를 뜯어보고(Deconstruct), 각 레이어의 역할을 규명하며, 그 파편들을 이용해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AI는 창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도구인 동시에, 기존의 음악을 전례 없는 깊이로 통찰하게 하는 현미경이다.

미래의 모든 크리에이터는 소리의 지층을 탐구하는 고고학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발굴해 낸 수많은 소리의 파편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끊임없이 재조립되며 새로운 음악 생태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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