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악플과 다를 바 없는 비난 기사 올라온 조선일보 누리집... 언론으로서 반성부터 해야
18일 조선일보는 <25세 배우 김새론의 비극, 다시 불거진 악플의 폐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을 두고 "재능 있는 배우가 유명을 달리하자 사회 곳곳에선 애도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생활고를 겪어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일부 악플러는 '벌어 놓은 돈이 얼만데 생활고'냐고 손가락질했다", "생전 김씨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했다. 그럴 때마다 악플러들은 'SNS병 말기 환자' '정신 연령이 너무 낮은 듯' 같은 비난을 했다"라며 생전 고인을 향한 악플을 비판했다.
과연 <조선일보>는 이러한 악플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김새론 카페 알바 소식에 "생활고 어필의 연장선상" 운운한 <스포츠조선>
지난 2022년 11월, 조선일보의 자매지인 스포츠조선은 <'음주운전' 뒤 자숙하던 김새론, 왜 '욕받이'가 됐나?… 강력 비난의 '트리거'는 "생활고"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기사 제목에 등장한 '생활고'란 표현이 트리거가 됐다"라며 "네티즌들은 분노의 댓글을 무서운 속도로 토해내기 시작했다"라고 표현했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악플러의 손가락질'은 '분노의 댓글'이었던 셈이다.
<스포츠조선>은 2023년 3월에도 <'음주운전' 김새론, 알바 인증했다가 역풍… 동정론 바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혹 떼려다 혹 붙였다. 배우 김새론이 재차 생활고를 호소하다가 역풍을 맞았다"며 고인을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고인이 SNS를 통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진을 올리자 "김새론은 음주운전 논란 후 생활고 호소를 이어가고 있기에, 이 같은 사진을 공개한 것 역시 생활고 어필의 연장선상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라며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동정 여론을 의식한 거였다면, 자충수가 된 분위기"라면서 고인이 '생활고 어필'을 하고 있다고 매도했다.
'SNS병'은 악플이라더니... <조선일보> 누리집에서 올라온 기사 제목에도 쓰였다
한편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인의 SNS 활동 또한 스포츠조선의 먹잇감이었다.
올해 1월 스포츠조선은 <하다 하다 '결혼' 어그로까지… 김새론, 자중할 수 없는 '관종' 폭주는 언제쯤 멈출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새론의 어그로는 이번뿐만이 아니다"라며 "하다 하다 결혼 어그로로 팬들의 관심을 구걸 중인 김새론. 반성과 자중은 찾아볼 수 없는 김새론의 어그로에 대중은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며 고인을 맹비난했다.
조선일보 누리집에 올라오는 문화·연예 기사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스포츠연예 매체인 OSEN 또한 올해 1월 <논란 즐기는 김새론, 못 고치는 SNS 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악플이라고 규정한 'SNS병'이라는 표현이 기사 제목에 버젓이 들어있는데 해당 기사가 조선일보 누리집에 떡하니 올라온 것이다.
해당 기사는 "이쯤이면 즐긴다고 봐야 할까. 김새론이 또 SNS로 논란을 자초했다. 자숙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논란을 쌓으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복귀와는 더 멀어지고 있다"고 고인을 비판했다.
악플 탓하기 전에 악플 조장하는 자신부터 돌아봐야
당시 고인은 한 남성과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여러 장 게시하며 결혼을 뜻하는 'Marry'라는 짤막한 문구를 남겼을 뿐이다. 그것이 "관심을 구걸", "SNS병"이라는 냉혹한 비난을 받을 일인가.
계속된 악플로 연예인들이 죽어나가자 포털사이트는 연예 기사의 댓글창을 아예 막아버렸다. 그랬더니 이제는 연예 기사 자체가 연예인을 향한 악플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저열한 비난의 내용들로 가득차고 있다. 사실상 악플을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위에 언급한 모든 기사들은 조선일보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아무리 자매지와 제휴 매체가 쓴 기사라지만 자신들이 악플이라며 비난한 내용의 거의 그대로를 누리집에 기사로 내보낸 조선일보가 악플러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반성부터 필요해 보인다.
박성우(ahtclsth@naver.com)
- 선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