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집회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14일 하루 탄핵 집회 영상을 보며 뜨겁게 연대하다
과거 나는 간호학도였다. 간호사 면허증을 따기 위해서는 국가고시를 보는데, 수능 이후 또 몇 년 만에 내게 주어진 어마어마한 무게의 시험이었다. 특히 수능과는 다르게 과락이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 부담감이 어마어마했다.
7과목 중에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나오면 결국엔 불합격 처리가 된다는 사실과 공부 잘하는 애들도 꼭 한 문제씩 실수를 해서 종종 불합격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를 괴롭혔다.
그런 탓에 국가고시를 보는 날 나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았다. 그때 내 마음속에 계속 되뇌던 노래는 다름 아닌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의 한 부분이었다.
불안할 때, 힘이 필요할 때 많이 듣던 부분은 '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제 안녕' 과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였는데 이 부분을 속으로 되뇌면서 국가고시를 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청춘의 시간 속에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간호사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아기 엄마가 되어 불안한 시국을 함께 하고 있다. 어느덧 나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MP3에 담긴 소녀시대 노래를 듣던 철부지 대학생이 아닌 한 사회의 어엿한 시민이 되었다.
이제 시위나 집회에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져 과거 불리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닌 '다시 만난 세계' 노래가 울려 퍼진다.
걸그룹 소녀 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내 마음이 불안할 때면 나의 마음을 가라앉혀주던 노래였다. 어느덧 내가 어른이 되었고 내 마음 뿐만 아니라 세상이 불안해질 때면 여성들을, 시민들을 거리에 나오게 하는 노래가 되었다.
어찌 보면 아이돌 걸그룹의 노래가 탄핵 시위에 울려 퍼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현재 3040세대의 청춘을 장식했던 이 노래는, 2016년 이화여대 시위에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부터 '다시 만난 세계'를 함께 부르는 방법 등으로 소녀 시대의 노래는 어느 새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탄핵이라는 큰 결정을 함께 하는 대규모 집회였지만 집에 사정이 있어서, 건강이 허락지 않아서,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집회에 가지 못했던 나같은 여성 시민들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시민들이 올려주는, 다양한 매체에서 제공하는 뜨거운 집회의 향연을 듬뿍 느끼며, 집에서라도 오늘의 기분을 만끽하고 우리 청춘을 떠올리는 하루가 되길. 오늘만큼은 다시 만난 세계로 20여 년 전 청춘의 순간을 노래로 즐기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하길 바라본다.
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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