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탄핵집회 모인 10~30대
K팝 콘서트 즐기듯 집회 주도
당근마켓선 "시위템 팔아요"
여의도 상권은 씁쓸한 호황
"누군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꺼지지 않는 LED 응원봉을 들고나왔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에서는 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10~30대 젊은 층이 주도하는 시위 문화가 전면에 등장하며 K팝 팬덤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돌 응원봉이 대규모 도심 집회에 사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주말인 7일과 8일 이틀간 집회에서 청년층은 촛불보다 발광력이 좋고 색이 다양해 눈에 띄는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나왔다. 본인이 소유한 응원봉에 '탄핵' '윤석열 즉각 퇴진' 등 글자를 붙여 '나만의 탄핵봉'을 만들어 오는 학생도 많았다. 종로구민 김주영 씨(32)는 "응원봉이 하나에 4만원인데 콘서트장에서만 사용하는 건 아까워 집회에 들고나왔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이돌 응원봉이 인기를 끌다 보니 중고거래 플랫폼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에서는 응원봉 수요가 급증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어진 시위를 전후로 네이버쇼핑, 11번가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응원봉이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당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응원봉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이들이 나왔다. 아이돌 그룹을 가리지 않고 '시위템(시위 아이템)'이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대여 글이 이어졌다. 급증하는 수요를 이용해 웃돈을 얹어 파는 모습도 나타났다.
20·30대 참가자들은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와 K팝 노래에 맞춰 흔들었다. 7일 국회 앞에 모인 집회 참석자들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로제의 '아파트', 에스파의 '위플래시' 등 인기곡을 틀고 즐겼다.
한편 대규모 집회 부근의 편의점이나 카페는 집회를 전후로 밀려든 인파가 가득했다. 10만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한 편의점 점주는 "핫팩, 온음료를 비롯해 물, 초콜릿 등이 평상시 대비 3~4배씩 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사회 혼란으로 벌어진 일이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씁쓸한 호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혜진 기자 / 박홍주 기자]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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