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측 카톡 대화록 “뉴진스 멤버들 탈퇴 시 우리 피해 너무 크다”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사인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시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며 최후통첩을 한 가운데, 전속계약 해지 시 뉴진스가 물어야 할 위약금 규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사내 이사들은 뉴진스의 위약금을 4500억~6200억원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금은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기한 내에 계약을 해지할 때 소속사에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다.
조선닷컴이 24일 입수한 민 전 대표와 측근으로 알려진 어도어 전 부대표 2명의 카카오톡 대화록에 따르면 민 전 대표 등 3명은 지난 3월 뉴진스거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액수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이 계산한 위약금은 4500억~6200억원에 이른다. 이 대화록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재판 과정을 거치며 공개됐다.
당시 A부대표는 “(멤버별) 월평균 매출액을 2억원으로 잡고, 해지 시점을 6월 말로 잡으면 잔여기간은 62개월이다. 1인당 해지 금액은 약 124억원, 5명은 620억원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자 민 전 대표는 “뉴진스? 얼마 안 되는데?”라고 답했다. 이에 B부대표는 “월평균 매출액을 인당 20억원은 잡아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A부대표는 “정산금 기준으로 계산했다”며 “매출액으로 하면 인당 15억~20억원 나올 것 같다. 4500억~6200억원”이라고 바로잡았다.
1인당 월평균 매출액을 2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남은 계약기간 62개월을 곱하면 멤버 한 명당 물어야 할 위약금은 총 1240억원이 된다. 여기에 멤버 수 5를 곱해 최대 6200억원을 위약금으로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A부대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멤버들 탈퇴하는 건 저희 쪽에서도 입는 피해가 너무 큰 것 같다”며 “과거 앨범들도 다 놓고 나와야 하고, 브랜드들과 계약 같은 것도 다 어도어에 물려있다”고 했다.
이는 업계에서 예상한 뉴진스의 위약금 액수와도 비슷하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를 보면 계약 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책정한다. 남은 계약기간 동안 소속사가 얻을 기대수익을 위약금으로 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어도어의 지난해 매출은 1103억원이다. 2022년 7월 데뷔한 뉴진스는 통상 국내 아이돌그룹 계약 기간이 7년인 점을 고려할 때 대략 5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다. 이에 따라 뉴진스의 위약금이 최소 40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법조계에서는 뉴진스가 위약금 부담을 안고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어도어의 귀책 사유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광희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뉴진스의 요구 사항을 봤을 때 어도어가 계약의 어떤 사항을 위반했는지 정확하지 않다”며 “법원이 전속계약의 효력을 정지할 만한 사유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뉴진스의 계약은 유지된다”고 했다. 이어 “내용증명에서 뉴진스가 요구한 것 대부분은 하이브에 대한 이야기”라며 “하이브와 어도어가 하나처럼 느껴질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는 엄연히 별도의 법인이다. 하이브가 잘못했다고 어도어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또 “뉴진스가 회사를 나가는 걸 전제로 돈 계산을 했다는 건 뉴진스와 민 전 대표 측이 한 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사전 접촉(템퍼링·Tempering)을 연상시킬 수 있는 발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 전 대표 측은 가처분 재판 과정에서 “손해배상액을 추산한 것은 어도어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대강의 방식으로 한 것이었다”며 “어도어 경영진 역시 멤버들 탈퇴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 어도어와 뉴진스 간의 전속계약을 해지시키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진스는 지난 13일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 복귀 등을 요구하며 2주 이내에 원하는 바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어도어에 보냈다. 그러나 민 전 대표가 20일 어도어 사내이사 직까지 사임하면서 그의 복귀는 불가능해졌다. 사실상 27일까지 뉴진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 선택됨
- 현재 페이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