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를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78)씨의 공범 김지선(46)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8일 준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정조은(활동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JMS 2인자’로, 피해 여신도들을 정명석씨에게 유인하는 등 성폭력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18년 3~4월 홍콩 국적의 여신도 메이플(30)에게 잠옷을 건네주며 ‘여기서 주님(정명석)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며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네가 예쁘기 때문이다”라고 답하며 범행에 동조한 혐의도 있다.
JMS에서는 하나님이 정명석 몸을 빌려 현대에 재림했으며, 정명석은 신랑이고 신도들은 신부라는 교리를 가르쳐왔는데, 김씨는 이같은 교리를 세뇌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걸로 드러났다. 김씨는 미모의 여신도들을 ‘신앙스타’로 뽑아 관리하면서 정씨 범행에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한 걸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김씨는 JMS 내에서 어느 신도들보다 정명석의 신격화에 앞장서 교인들을 현혹했다”며 “정명석이 출소한 후 피해자들을 상대로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하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특히 김씨가 ‘정명석의 후계자’로서 JMS 내에서 수년간 경제적 이익을 누렸고, 이같은 이익을 얻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죄가 무겁다고 봤다. 김씨는 “정명석과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고, 피해자 진술도 믿을 수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피해자를 정명석에게 데려다 주고 건물 밖에서 대기한 민원국장 A씨(52) 역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도망간 신도들을 공항까지 쫓아가 다시 데려오는 등 정명석의 범행을 알면서도 방조한 혐의를 받았다. 정명석이 성범죄로 10년형을 받아 수감된 동안 여신도들의 신체 사진을 촬영해 편지로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신도들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정명석에게 보내줌으로써 오랜 수감 기간 동안 성적 습벽을 유지 또는 촉진시켰다”며 “탈출한 피해자를 다시 돌아가게 했고, 이로 인해 성폭력 피해를 추가로 입게 됐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을 정씨에게 데려다주고 정씨의 말을 통역한 B씨는 징역형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마치 종교적 행위인 양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정씨의 말을 통역한 죄는 가볍지 않다고 봤지만, 범행을 인정하며 수사과정에 협조한 점이 참작됐다.
2심 법원 역시 이같은 1심 판단을 인용했다. 다만 함께 기소돼 방조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수행비서 2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이 정씨의 성범죄를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김씨 등의 형이 확정됐다.
한편 정명석씨는 이 사건으로 지난 2일 2심에서 준강간·준유사강간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정씨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즉시 상고할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월 정씨가 또다른 여신도 2명을 대상으로 19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증거를 포착해 추가 기소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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