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박대성(30)이 범행 당시 "소주 4병을 마셨다"고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실제 박 씨가 마신 술의 양은 소주 두 병인 것으로 파악했다.
6일 전남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 순천시 조례동에 있는 박씨의 가게를 압수수색 했다. 당시 식탁에는 소주병 4개가 놓여 있었는데 빈 병은 두 병뿐이었다.
나머지 두 병 중 한 병은 마개는 따져있었지만 술은 그대로였고 다른 한 병은 마개도 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범행 전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9시쯤부터 가게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후 자정쯤 거리를 돌아다니다 그를 승객으로 착각한 택시 기사와 짧은 대화를 했다.
이후 박씨의 형이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5분간 면담도 진행했다. 이후 경찰은 자리를 떴고 박씨는 피해자 A양(18)을 보고 800m가량을 쫓아가 살해했다.
박씨는 이후 호프집과 노래방에서 재차 술을 마신 뒤 인근 마트에 주차된 승용차를 발로 차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범행 전후 박씨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가 취했으나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 인근의 한 상인은 '궁금한 이야기 Y'에 "골목 들어오자마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걸어오는 게 더 화가 난다"라며 "만취라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씨를 검거 직전 제압하고 신고한 시민도 JTBC와의 인터뷰에서 "황당한 게 박대성이 만취라고 했는데, 나를 정면으로 3~5번 찼다"라며 "만취 상태에는 그렇게 못 찬다. 내가 볼 때는"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소주 4명을 마셔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찰은 박 씨가 가게에서 흉기를 챙겨 허리춤에 감추고 나와 범행 후 벌이는 등 계획적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김주원 기자 kjw@imaeil.com
- 선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