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불만을 토로한 가운데, 잔디 관리를 위해 이달 이곳에서 열리는 아이유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민원인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월 15일 이라크전까지 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를 위해 다가오는 아이유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며 “콘서트 당일 많은 사람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여 잔디 상태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라크전까지 남은 기간 잔디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서울월드컵경기장 시설 사용은 원칙적으로 축구 경기를 우선으로 하되 잔여 일정으로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매년 해온 관행’이라고 하더라”라며 “서울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사용을 허가하지 않거나 취소할 수 있다. 아이유 콘서트를 즉각 취소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이유 콘서트는 오는 21일과 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이 공연에는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 뒤 내달 15일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제3차 예선 한국과 이라크간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런 일정으로 인해 축구 팬 사이에선 “잔디가 훼손돼 대표팀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도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5일 팔레스타인 전을 0대0 무승부로 마친 뒤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다. 홈에서 할 때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마크람 다부브 감독도 “우리가 봤을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이 잔디에 적응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11일 오만 무스카트 술탄가부스 경기장에서 진행된 오만과의 경기에서도 3대1로 승리한 뒤 잔디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일단 그라운드 상태가 너무나도 좋아서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더 자신 있게 한 것 같다”며 “이런 부분이 홈경기장에서도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6만6704석 규모인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종교 행사에도 개방할 수 있다.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은 A매치나 FC서울 경기가 없는 시기에 콘서트를 유치해왔다. 그런데 올림픽주경기장이 작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여는 일이 잦아지자 축구 팬들도 잔디 훼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그룹 세븐틴의 월드컵경기장 공연을 반대하는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5월에 콘서트를 열었던 임영웅은 이런 축구 팬들의 불만을 감안해 공연 때 그라운드 객석을 판매하지 않기도 했다. 아이유 소속사 EDAM 엔터테인먼트 측도 공연 당일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는 만큼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잔디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혜승 기자 hs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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