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자치구·경찰 합동으로 360여명 동원해 유흥가 단속
클럽 바닥까지 샅샅이 뒤지고 홍보 게시물 부착…위생 점검도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무슨 일이야? 서울시랑 경찰이 왜?"
늦은 밤까지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진 지난 9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클럽거리.
열대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금'을 보내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거리는 제 속도로 걷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불야성의 거리에 일군의 단속반이 뜨자 되레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다.
클럽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은 경찰과 서울시 직원 등 여러 명이 공무원증을 내밀며 클럽 안으로 진입하자 '무슨 일이냐?'며 웅성거렸다.
생경한 광경에 단속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경찰청·지역경찰서 등으로 구성된 특별단속반과 함께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클럽에 대한 마약류·식품위생법 위반 행위 불시 점검에 나섰다.
시는 유흥가를 중심으로 마약 범죄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8월 한 달을 마약류 특별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시내 4천여 개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단속은 시 식품정책과에서 총괄 관리하며 민생사법경찰국(민사경)은 마약류 의심 사례 확인·청소년 출입 등 풍속점검을 벌인다.
자치구에서는 식품위생법 시설 기준 확인·영업자 준수사항 등 위생점검을 담당하며 경찰은 마약류 단속에 집중한다. 특별단속반은 총 360여명 규모다.
좁은 계단을 따라 클럽에 들어간 단속반은 플래시와 휴대전화 불빛을 동원해 매장 내 쓰레기통과 바닥, 화장실 내부를 샅샅이 뒤졌다.
시 식품정책과는 주류와 식자재가 보관된 냉장고를 확인하는 등 주로 위생점검을 담당했다.
칵테일에 쓰이는 수입 멸균우유 팩에 한국어 정보가 적혀 있지 않아 한때 업주와 직원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단속반은 마약 익명 검사를 알리는 포스터를 클럽 정문에 부착했다. 클럽 업주와 손님 모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또 클럽 입구 주변에 '단골손님은 친절 응대, 마약손님은 경찰 응대'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창고 등 비어있는 공간과 클럽 바닥 등을 꼼꼼히 살폈다.
야광봉을 흔들며 한껏 생일파티를 즐기던 손님들은 단속반의 등장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개의치 않고 다시 파티를 즐겼다. 외국인 손님들은 맥주를 마시며 단속반이 업소를 살피는 모습을 구경했다.
자정을 넘겨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단속에서 실제 마약 유통이나 투약 등의 불법행위는 적발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유흥시설에서 마약 사건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만 마약류관리법으로 처벌됐지만 이제 업소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부터 개정된 식품위생법이 시행되면서 마약범죄를 교사·방조한 경우 해당 유흥시설에 대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게 됐다.
시 관계자는 또 "클럽형 주점 등에서 마약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단속과 홍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단속 기간 중 위반사항이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행정처분과 함께 업소명·소재지·위반 내용 등을 시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ysc@yna.co.kr
최윤선(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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