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만 9개월…주요 장관 앞에서 시위 시작
가자 국경서 풍선 1500개…주요 도로 점거도
하마스 변화에 협상 재개…네타냐후는 '찬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만 9개월을 넘기면서 이스라엘 국민들이 휴전과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AP에 따르면 가자 전쟁 발발 만 9개월째인 이날 이스라엘 전역에선 휴전 협상을 통한 인질 귀환과 선거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시간 오전 6시29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여러 의원과 장관 자택 앞 등에서 시작됐다.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선 하마스에 살해 및 납치된 이들을 상징하는 검은색과 노란색 풍선 1500개를 날렸다. 하마스 공격 당일 사망한 1200명과 인질로 붙잡힌 250여명을 뜻한다.
시위대는 도시의 주요 교차로와 전국 고속도로를 막았으며, 텔아비브 중심부는 몇 달 만에 최대 규모 시위로 교통이 차단됐다.
시위를 주도한 시크마 브레슬러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연정의 극우 정당이 "(협상)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에겐 아마겟돈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비(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겐 선거를 하지 않기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지도자들이 정치적 이득을 목적으로 휴전 협상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자지구에 아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한 가족은 휴전 협상 재개에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희망을 느낀다"면서 "네타냐후가 진실의 순간에 협상을 어뢰로 날려버리는 걸 몇 번이나 봤다. 그때마다 우리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분개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정부가 우리 공동체를 파괴적으로 버린 것에 항의하기 위해 왔다"며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정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일부 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휴가를 허용했다. 토요일을 안식일로 보내는 이스라엘에선 일요일 대부분 근무한다.
하마스가 한층 전향된 태도를 보이면서 휴전 협상은 급진전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6일 완전하고 영구적인 휴전에 대한 사전 약속 없이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그간 휴전에 돌입하기 전 이스라엘군 철수와 영구 휴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해 왔다. 하마스 통치 능력을 제거할 때까지 군사 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왔던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
하마스의 입장 변화에 이스라엘 대표단은 8일 카이로를 방문,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7일 성명을 내 휴전을 해도 가자에서 군사 작전을 재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공개 요구하며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스라엘 안보 당국과 중재국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으로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의 한 이스라엘 안보 관계자는 채널 12에 "네타냐후는 협상을 원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파기하려 한다"며 "24일 (미국 의회) 연설과 (이스라엘 크네세트) 휴회까지 시간을 끌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재국 한 고위 관료도 "네타냐후 총리 발언과 같은 말은 (협상에서)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심각하게 해친다"고 비판했다.
내각회의에선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사이 휴전 협상을 놓고 날 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갈란트 장관은 정치적 목적으로 협상을 다른 문제와 연결 짓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민감한 시기"라며 "우린 인질 석방을 보장하기 위해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기자(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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